현대車, 중국 규제 완화에 탄력 예감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자동차 공장에 대한 외국자본(외자) 지분 한도 폐지에 나서면서 사드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차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고 있다.
이 같은 중국 내 규제로 현대차는 합작사 횡포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향후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키우거나 새 법인을 세우는 등 중국 합작사를 견제할 수단이 생긴 셈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2022년까지 자동차 업계에 대한 외자 투자 제한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차는 곧바로 이 같은 제한이 풀린다. 지난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아오포럼 연설에서 밝힌 내용이 곧바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공장을 설립하려는 외국 자동차 업체는 중국 업체들과 반드시 합작해야 한다. 또 외국 자동차 업체의 합작 법인 지분율은 50%를 넘지 못한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도 베이징기차와 50대50 비율로 베이징현대를 세웠고, 기아차 역시 둥펑차·위에다차와 손잡고 둥펑위에다기아차를 운영하고 있다. 외자 지분 제한이 사라지면 현대차는 베이징현대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게 된다.
현대차 지배력이 높아지면 사소한 문제로 중국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어 현대차로서는 악재가 해소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규제 완화가 현대차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우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사드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유인이 없다"면서도 "지분율 변화를 협상 지렛대 또는 견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선 일정 부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현대에서 현대차는 설계·생산·판매를 담당하고, 베이징기차는 재무를 맡아왔는데 작년에 이들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 베이징기차가 협력 부품사에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부품 공급이 중단돼 베이징현대 공장이 한때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를 겪었다. 이후 대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공장은 정상 가동됐지만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이번 규제 완화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차에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베이징기차는 그동안 독일 벤츠와 친환경차 관련 협력을 강화해왔고 사드 보복에 따라 현대차는 중국 친환경차 진출에 제한을 받아왔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