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바 논란 새 국면
당장 시장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견해에 무게가 쏠린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콜옵션 방침이 감리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발표된 만큼, 일각에서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2차 감리위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보다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서신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바이오젠은 구체적인 행사 날짜를 밝히지 않았지만 6월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명시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매우 신중한 분위기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부분은 하나하나 말할 수 없다"며 "그런 내용이 있는 것은 알지만 감리위원들이 논의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왔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못했다. 이번 바이오젠의 서신엔 기한을 명시해 콜옵션 행사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하면서 기업가치를 장부가액(2905억원)에서 공정가액(4조8806억원)으로 바꿨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허가권에 진입하는 등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금감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실제 일어나지 않았고,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인데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변경한 것이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봤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충분히 문제를 검토해 내린 결과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여부는) 감리위가 열리고 있으니 지켜보자"고 말했다.
전날 1차 감리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회계법인 등 관계사 입장을 듣는 과정을 거치면서 18일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2차 감리위는 25일로 예정돼있다.
최 위원장은 "(1차 감리위에서) 아마 상당히 많은 얘기를 했을 테니 어느 정도 쟁점은 파악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며 "내용은 지금 단계에서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고 절차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게 내 임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2차 감리위가 대심제로 진행되는 만큼, 바이오젠 콜옵션 문제가 더욱 심도 있게 논의될 전망"이라며 "일단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분식 여부에 대한 판단작업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콜옵션이 이뤄진 만큼 그 배경에 대한 난상토론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소식이 알려지자 18일 장 초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 넘게 올라 43만원을 찍기도 했다. 이날 종가는 40만8500원으로 전날 대비 2.64% 상승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이승윤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