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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올해 2월과 3월에 걸쳐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잠정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검사 대상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한국씨티·SC제일·부산은행 등 9개 은행이다.
검사 결과 A은행 일부 영업점은 가산금리 항목 중 하나인 '부채비율 가산금리'에서 연소득이 있는 고객의 소득을 '0'으로 처리하거나 실제보다 훨씬 낮게 입력해 원래 해당 고객이 내야 할 대출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금리를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연소득 8300만원인 직장인 김 모씨는 2015년 11월 A은행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을 때 연 6.3%가 아닌 6.8%의 대출금리를 적용받아 50만원의 이자를 더 냈다. 그러나 그는 금감원 검사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B은행은 올해 초 개인사업자 이 모씨가 2100만원을 빌릴 때 은행 전산시스템에서 산출되는 금리(9.68%)를 적용하지 않고 내규상 최고 금리(13%)를 부과해 이자를 28만원 더 받았다. 이처럼 B은행은 최근까지 기업고객에게 근거 없이 최고 금리를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C은행은 개인사업자 박 모씨가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때의 대출이자를 산정해 96만원의 이자를 더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가산금리 구성 요소 가운데 경기 변동을 반영해 수시로 변동되는 신용프리미엄을 몇 년 동안 고정적으로 적용하고 경기가 좋아진 뒤에도 불황기의 대출금리를 받은 사례와 대출자 신용등급이 상승해 금리 인하 요인이 생겼지만 해당 고객에게 제공했던 우대금리를 줄여서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한 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문제가 된 은행들은 임의로 금리를 산정한 잘못을 인정했으며 일부 은행은 더 받은 금리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부 은행은 "금리 산정 시스템에 고객 정보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고객에게 피해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애써 갖춰 놓은 금리 산정 시스템을 무시하고 지점장이나 해당 직원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출금리를 결정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아직 은행이 수익을 더 남기기 위한 의도를 갖고 조직적으로 엉터리 금리 산정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런 정황 등이 확인될 경우 형사고발 등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비정상적인 대출 산정 행위가 지점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례로 든 것 외에도 조사 대상이 된 9개 은행에서 대출금리 산정과 관련된 문제가 상당히 많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금융위원회, 금융연구원, 은행연합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은행 금리 산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한 번 정해 놓으면 달라지지 않던 신용프리미엄을 최소 연 1회 이상 재평가해 변경하도록 규정하고, 가산금리와 목표 이익률이 시장 상황과 경영 목표에 맞춰 재산정되도록 개정할 계획이다. 또한 대출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정되도록 은행연합회가 만들어 배포하는 모범 규준도 더 정교하게 개선하기로 했다.
금리 산정 시스템 점검도 강화한다. 은행별 주요 여신상품의 가산금리 변동 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특히 취약 가계나 영세기업의 신용 위험이 과도하게 평가돼 불공정하게 차별받는 사례가 포착되면 즉시 현장 점검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