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째 공백 기금운용본부장, 고득점 후보에 '부적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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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매일경제가 국민연금이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기금운용본부장 서류 및 면접심사 결과'를 단독 입수해 확인한 결과, 곽 전 사장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진행한 서류와 면접심사에서 90점 이상 고득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곽 전 사장은 서류심사에서 91.3점을 받았고, 면접심사도 93.8점을 받아 서류와 면접심사 점수 합산 평균 90점을 하회한 다른 후보들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적격자'가 아니라고 결론을 낸 곽 전 사장은 역대 CIO들의 서류와 면접심사 점수를 웃도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면접심사 점수로는 전임자였던 강면욱 전 본부장이 받았던 92.17점보다 나은 점수였고, 5대 이찬우 전 본부장(95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였다. 역대 CIO 면접심사 점수 평균인 90.27점을 훨씬 웃도는 데다 서류심사 점수 역시 이 전 본부장을 제외하고는 곽 전 사장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던 사람은 없었다.
곽 전 사장의 탈락 사유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후보자들의 최종 탈락 사유에 대해서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로 공개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국민연금은 4일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후보자 심사 기준 등이 심의·의결되는 즉시 재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CIO는 국민연금이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자를 추천하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임명하는 구조다. 지난 4월 중순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곽 전 사장을 포함한 최종 후보자 3인을 확정했지만 추가 인사 검증을 이유로 두 달 넘게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국민연금 측에서는 "검증 과정이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해당 기간 피력해 왔지만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윗선에서 해당 인선 과정을 지체해 왔다는 게 관련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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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사장 |
곽 전 사장은 CIO 후보 검증 과정이 진행 중이던 4월 하순에는 김성주 이사장이 직접 만나 기금운용본부의 운영 방향에 대해 의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곽 전 대표는 "김 이사장은 'CIO에 취임하게 되면 바빠질테니 미리 알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했다"며 "6월 중순 예정된 해외 출장을 같이 가자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외견상으로는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서류와 면접심사 등 인선 과정을 전담하는 모양새지만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에서 결정하지 않으면 과정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구조"라며 "결국 이번 평가 결과와 낙마 사례는 서류와 면접심사 등이 요식행위였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곽 전 사장의 낙마 배경에는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과 나이 차이, 이중국적 문제 등이 거론된다. 곽 전 사장은 "김성주 이사장을 통해 국적포기 시기와 맞물린 병역 문제가 최종 인선에 걸림돌이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1990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고, 나이 때문에 3주 민방위 훈련으로 병역을 대체했는데 혹시 이 부분이 문제가 될까 싶어 서류 심사 자료 맨 앞장에 첨부하기도 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변호사 출신에 원칙주의자로 통하는 곽 전 사장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연기금을 적극 활용하려고 하는 이번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곽 전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국민연금의 과제로 제시하면서도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과 지배구조 개선에
김승희 의원은 "적임자로 물망에 오르던 후보자마저 낙마시키고 인선을 근 1년간 지연시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앞두고 '코드인사'를 단행하려는 정부의 뜻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유준호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