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뿐 아니라 서울 전역의 아파트 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상승세는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규제 대책으로 불린 '8·2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을 때 서울 집값이 지금처럼 뛸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시장 상황보다 "규제가 과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역 경제가 무너진 지방 아파트값은 속절없이 하락하는데 서울과 일부 수도권 주택시장은 정부 규제를 비웃는다.
"서울 집값은 대책만 나오면 더 오른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들리고, 이로 인해 서울-지방 주택시장의 양극화와 지역별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와 청와대, 정치권은 조만간 집값 안정대책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정청은 그 과정에서도 각기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며 불신을 키우고 있다.
◆서울 집값 누르니 더 올라…"전국구 투기장"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연일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8·2부동산 대책과 올해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집값은 지난 6월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되고, 연이어 터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발언을 계기로 활화산이 됐다.
8·2대책 직후 강력한 수요억제책으로 억눌려 있던 수요가 매수세로 폭발한 이른바 '용수철 효과'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공급면적 119㎡는 올해 2월 역대 최고가였던 20억1000만원을 경신해 최고 20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강남은 물론 강북과 서울 근교까지 안 오른 곳이 없다. 지난달 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광명시 철산·하안동 일대는 최근 한 달 새 아파트값이 1억~2억원이 급등했다.
광명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 카페나 유튜브의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수천만원으로 갭투자가 가능한 아파트라고 특정 단지를 찍어주면 인터넷 기사 링크를 타고 달려드는 댓글 부대들처럼 투자수요들이 몰려든다"며 "재건축이 불가능한 단지도 사두면 돈 된다고 찾아오는 데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봐도 서울의 집값 상승세는 비정상적이다. 정부가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고 강력한 규제망을 펼친 서울 집값만 급격하게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2부동산 대책 이후 지난 7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6.76%가 올랐다. 대책 이전 1년간 4.74% 오른 것보다 되레 상승폭이 커졌다.
반면 수요 규제가 거의 없는 지방 주택시장은 곳곳에서 집값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방의 아파트값은 8·2대책 이전 1년간 부산, 세종, 강원 등의 상승세에 힙입어 0.01% 올랐으나 8·2대책 이후에는 1년간 2.02% 하락하며 양극화가 심화했다.
지방의 주택 미분양은 줄어들지 않고, 할인 분양에다 단지째 통매각, 아파트 계약을 하면 일부 현찰로 돌려주는 '페이백' 분양까지 등장했지만 정부는 온통 서울 집값 잡기에만 올인한 채 지방 주택시장엔 무관심하다.
지방 부자들은 집값이 안 오르는 지역 아파트 대신 강남 요지의 재건축이나 랜드마크 아파트를 사러 '원정투자'를 오면서 서울이 전국구 투기장이 되고 있다.
◆주택이 신분을 가르는 사회…박탈감 커진 서민들, 다급해진 정부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국민의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 집을 판 사람은 잔금을 받기도 전에 집값이 더 올라 우울하고, "집값은 꼭 잡겠다"는 정부 말만 믿고 기다려온 무주택자들은 갈수록 '배신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진 것도 경제·민생현안에 대한 불만과 함께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 문제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는 최근 앞다퉈 집값 안정을 위한 앞다퉈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서로 조율되지 않고 있는 말들이 쏟아지며 되레 시장에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르면 금주 중 정부 합동발표 형태로 공개될 추가 대책은 강도가 매우 세질 전망이다. 8·2대책 이후 이어진 정책 혼선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수요규제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를 큰 폭으로 인상함은 물론 단기 투기를 막기 위한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과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수시로 정책이 바뀌니 뭘 내놔도 못 믿겠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한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 "집값이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에서 정부는 당장 강력한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라는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단기 해법의 유혹에 빠지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에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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