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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욱 광주은행장이 지난 1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객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광주에서 냉장고 부품 제조업체 한영피엔에스를 키워 온 김윤섭 대표 얘기다. 송 행장은 최근 취임 1주년과 창립 50주년을 맞아 진행된 매일경제신문 인터뷰에서 "김 대표처럼 광주은행을 믿고 로열티를 보여주는 고객 덕분에 우여곡절을 잘 견뎌왔다"며 "이제 광주·전남인 곁에는 광주은행이 있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광주은행이 발로 뛰는 방식은 광주·전남 지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영업 영토를 수도권으로 넓혀 돈을 벌고, 이 자금을 지역에 환원해 상생하는 '큰 그림'을 그린다. 송 행장은 "향후 5년 안에 수도권과 지역의 영업자산·당기순이익 비중을 50대50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수도권의 풍부한 유동자금을 끌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설명이다.
광주은행의 수도권 영업은 그야말로 '틈새시장 파고들기'다.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2~3층에 직원 두세 명을 둔 소규모 전략 점포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점으로 삼는 대형 점포 4곳이 액수가 큰 대규모 거래를 처리하고, 소규모 전략 점포에서는 소상공인과 가계 대출을 주로 취급한다. 송 행장은 "한 점포의 영업자산이 1000억원을 넘기면 직원 한 명을 더 배치하는 식"이라며 "보통 1년~1년 반이면 손익분기점을 넘겨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비용을 최소화해 영업망을 늘리는 전략은 실제로 유효했다. 2014년까지 단 4곳에 불과했던 서울·인천·경기 지역 점포는 3년여 만에 31곳으로 늘었다. 수도권 영업이 안정화하면서 생산성·건전성도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광주은행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628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7.3% 증가한 907억원을 달성했다. 광주은행 대출금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말 25.4%에서 2018년 상반기 36.1%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위례·평택·미사 등 신도시에 신규 점포 3~5곳을 추가로 열어 공격적인 수도권 영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송 행장은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는 "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둔 기업이 얼마 없고, 그나마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던 주택건설 부문 기업들은 최근 강화된 정부 규제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다"며 "광주은행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 광주은행 역대 최대 인원인 70명을 신규 채용하는 것도 지역 청년들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결제금액의 일부가 고향 등에 기부되는 '광주·전남愛사랑카드'도 송 행장 작품이다.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카드 이용금액의 0.5%를 고객이 지정한 지역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방식인데, 고객 호응도 좋았다.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 2만5000장을 돌파했고 발급자 대비 실제 사용률도 80%가 넘는다고 한다.
송 행장은 "이 카드로 결제하면 고향에 보탬이 된다는 스토리를 입혀주니 실제 이용률이 높았다"며 "이달 출시한 같은 형식의 기업 전용 법인카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내에서는 다양한 이웃을 위한 나눔 활동도 활발하다. 송 행장은 특히 전남 출신의 지역 토박이에다 행원 시절부터 우직하게 일선 현장을 찾아다니던 자신의 영업 강점을 살려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직접 찾아간다. 1년간 그렇게 다닌 업체와 조직만 170여 곳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그가 애착을 가진 곳은 광주의 고려인마을이다. 올해 들어 광산구 고려인마을에 세 차례 방문했다. 송 행장은 "광산구에는 고려인 3000명이 모여 살아 국내에서는 경기 안산에 이어 두 번째로 고려인이 많은 지역"이라며 "우리나라의 다문화는 이미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이고 적절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은행은 이 밖에도 지역 어린이와 어르신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에 힘쓰고 있다. 지역 어린이들이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용품 등을 기부하는 '희망이 꽃피는 공부방' 후원은 2015년부터 꾸준히 진행돼 올해 11월 50번째를 맞는다. 어르신을 위해서는 전용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 노대동 빛고을건강타운점, 오치동점, 학동점 등 3곳이다. 최근 급격한 디지털화로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주류를 이루고 오프라인 점포 수가 줄어들면서 비대면 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광주은행은 일찌감치 '어르신전용점포'를 만들었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향토 은행으로서 숙제는 남아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일이다. 광주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광주·전남 역내 여신 점유율은 22.2%로 2016년 4월 25.2%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역내 수신 점유율도 같은 기간 0.2%포인트 소폭 하락한 27.9%로 나타났다. 전남 농어촌 지역에서는 상호금융 조합인 농협·수협 네트워크가 워낙 강해 시중은행이 영업권을 확장하는 데 한계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송 행장의 투지도 확고하다. 그는 "주 영업권인 광주·전남 지역에서 3년 내에 점유율을 40%까지 확대해 기반을 다질 것"이라며 "지자체 공공금고 유치와 신규 입주 공공기관 거래처 발굴 등에서 돌파구를 찾겠다"고 말했다. 당장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목포·광양시 등 11개 금고가 새 계약을 앞두고 있어 유치전이 뜨거울 전망이다.
송 행장은 무엇보다 창립 49년 만에 처음 배출된 자행 출신 은행장이다. 그는 "광주은행 조직원 누구나 은행장을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이 전통으로 이어지도록 길을 개척하는 것이 가장 큰 소임 중 하나라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 He is…
△1962년 전남 순천 출
[정주원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