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 사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식사를 막으려고 도입된 제연댐퍼,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민경영 기자가 국내 제연댐퍼 시설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 기자 】
화재 상황을 가정하고 빌딩의 제연댐퍼를 작동시켰습니다.
기준을 웃도는 바람 세기, 그런데 갑자기 수치가 뚝 떨어지더니 더는 회복하지 못합니다.
▶ 인터뷰 : 소방관계자
- "문 열어젖히는 거예요. 아래층에서 자꾸, 122층만 열어야 되는데 테스트하려면…."
아파트 댐퍼도 여러 층의 문을 열자 기준치 아래로 떨어집니다.
송풍기에서 불어준 바람이 건물 내부를 통해 화재 층까지 공급되는 게 현재 댐퍼시스템입니다.
그런데 만약 아래층에서 문을 열어버리면, 그곳으로 공기가 빠져나가 위층에는 충분한 바람이 공급되지 못하는 겁니다.
▶ 스탠딩 : 민경영 / 기자
- "빌딩을 옆으로 눕혔다고 가정한 모형을 이용해 실제 화재 상황을 실험해보겠습니다."
불을 피우자 방안에 차는 연기, 문을 넘어 비상통로까지 가득 채웁니다.
댐퍼를 작동시키자 연기는 다시 후퇴하고, 최초 발화지점에만 머뭅니다.
이때, 많은 사람이 대피하는 상황을 가정해 다른 층 비상구 문을 열었습니다.
바람의 세기가 약해지더니, 다시 연기가 비상통로를 가득 채웁니다.
우리나라 모든 고층 건물에 설치된 제연댐퍼는,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 인터뷰 : 원희섭 / 국내 제연댐퍼 시스템 개발자
- "문제를 나중에 알고 저는 과압이 안 된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일부 소방기술사들이 과압조절이 된다고…."
문제 해결을 위한 보완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일부 소방기술사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문제점을 덮는데 급급합니다.
▶ 인터뷰(☎) : 소방기술사
- "인정하는 순간, 하자보수를 해야 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입주자들이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 인터뷰(☎) : 이진복 / 자유한국당 의원
- "제연 설비에 대한 시설 설계와 감리 모두를 소방기술사들이 독점하기 때문에 좀 편하고, 비용이 작게 들어가는 이런 쪽으로 생각을 했지 안전은 좀 등한시…."
화재 시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제연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점검과 개선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MBN뉴스 민경영입니다.[business@mbn.co.kr]
영상취재 : 임채웅·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 김김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