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 규모 넥슨 인수·합병(M&A)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자 국내 대형 로펌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글로벌 빅네임 사모펀드들이 인연 있는 대형 로펌을 선호하면서 특정 로펌에 '자문 일감'이 몰리는, 이른바 '중복 자문' 현상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김앤장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이 넥슨을 인수할 후보자를 2곳씩 자문하는 이례적인 계약이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와 MBK파트너스 등을 대리하고 있으며, 시장에 인수 후보자로 알려진 카카오 넷마블 베인캐피털 힐하우스캐피털 등도 주요 로펌을 자문사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은 통상 매도자나 매수 후보자 중 1곳과 자문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자문이 아닌 민형사 소송이라면 중복 자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로펌에 두 곳 이상의 고객 정보가 모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부통제 시스템, 차이니즈월이 아무리 잘 작동한다고 해도 외부 시각에서는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최대 15조원에 달하는 대형 M&A전이 벌어지면서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한국 로펌을 선임해야 하는데 그간 알고 지낸 유명 로펌은 한정돼 있다 보니 중복 대리까지 하는 특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각 로펌에서는 고객에게 정보 공유를 절대 안 하고 충돌이 없게 하겠다는 협
로펌에 이어 재무 실사를 맡게 될 회계법인도 중복 계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에 대한 재무 실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 중 대형 사건을 맡을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빅4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