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 없는 한국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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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 보관잔고는 올해 1~3분기 동안 366억940만달러에 달했고 이는 3년 전인 2016년 1~3분기의 해외 주식 보관잔고 191억319만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해외 채권도 마찬가지다. 올 1~3분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보관잔고는 834억4232만달러로 2016년 같은 기간 611억3750만달러 대비 36.48% 증가했다. 해외 증권 거래 규모도 커졌다. 3분기 외화 주식 결제금액은 124억6000만달러로 직전 분기 89억달러 대비 40% 급증했다.
단타성 매매가 판치고 투자수익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한국 주식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주식은 박스권에 갇혀 있고 채권도 금리가 많이 내린 뒤라 성장 모멘텀이 없다"며 "주식과 채권 모두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해외로 나가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해외로 나가는 국내투자자들의 자금은 특히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혁신 기업, 즉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3분기 외화 주식 보관금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1위는 아마존으로 국내 투자자들은 6억1600만달러를 투자했다. 2분기 외화 주식 보관금액 상위 10개 종목에서 각각 7·8위에 머물던 알파벳A(구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4·5위로 뛰어올랐다.
미국 증시 주도권은 단연 '기술주'가 쥐고 있는 것을 반영한 대목이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중 무역전쟁을 빌미로 모든 영역에서 차세대 패권다툼이 일어나고 있다"며 "패권다툼의 최일선에 속한 대표적 업종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속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이라고 말했다.
'매력 없는 한국 증시'에 증권사에서도 고객들에게 해외 주식을 추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투자수익률 등 모든 측면에서 해외 증시 매력도가 더 높다는 것. 특히 현재 미·중 무역갈등 실마리가 보이는 것은 한국 증시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만약 내년까지도 최종 합의 도달이 어려워지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마이너스 요인으로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증시 매력은 더 떨어져 기관뿐 아니라 개인, 연·기금 등 모든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기초자산 비중을 줄이고 해외 투자로 다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주식은 지난해 초부터 내림세로 전환했지만, 그전부터 한국 주식 수익률은 급락했기 때문에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린 건 당연하다"며 "과거 일본처럼 가장 먼저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높인 뒤, 점차 해외 주식과 외환 시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