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사태가 잇달아 터지면서 규제 강화 방향은 예감했지만 예상보다 강력한 대응 방안이 나오자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15일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투자금 하한선 제한 규제가 과도하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융위 발표에서 운용업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과 은행의 사모펀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한 것이다. 레버리지를 200% 이상 쓸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어진 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라갔다.
사모펀드 총판매잔액 322조원(9월 말 기준) 중 은행이 27조8000억원을 파는 와중에서 은행을 아예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채널에서 제외하면 사모펀드 운용사로서는 고객과의 접점을 잃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 똑같이 금융상품 판매 라이선스를 가진 입장에서 투자성향이 보수적인 고객이 많을 것이란 짐작만으로 은행을 사모펀드 판매사에서 제외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를 계기로 은행들이 상품 판매에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공모펀드까지도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에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중 공모펀드는 판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원금손실 가능성으로 인해 고객 민원이 생겨날 수 있는 상품들은 아예 판매 라인업에서 제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공모 주가연계펀드(ELF) 역시 은행에서 롤오버를 권하지 않고 고객들도 파생상품을 기피하면서 6개월 전 2조9021억원이던 ELF 설정액은 최근에는 2조2749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공모 ELF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에는 거의 원금 손실이 없었고 수익률 면에서 검증된 상품인 만큼 저금리 시대에 3~4%가 나오는 상품으로 은행들이 판매에 집중한다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 DLF를 팔 길이 막힌 은행들이 공모 ELF를 대안 상품으로 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이 3억원으로 늘어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운용 규모가 영세한 중소 운용사다. 가뜩이나 인지도 높은 대형 운용사로 투자금이 몰리는 추세인데 이번 조치로 이 같은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인 고객 위주의 작은 운용사로서는 비교적 소액으로 자금을 싣던 투자자 대부분을 잃게 된 상황이다. 대형 운용사도 충격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중소형 운용사들보다는 우려가 덜한 모습이다. 이미 가입금액이 3억~5억원 이상으로 자체 허들을 높인 경우가 많고, 기관 자금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한 대형 사모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 판매 자체가 위축되면서 대형사들도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1인당 1억~2억원씩 받아 소규모 펀드를 꾸린 영세 운용사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규제로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펀드
펀드별 운용 규모가 작고 개인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레포펀드도 이번 규제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김제림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