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차그룹과 날 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인수의향서 접수 후 처음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대면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두 회장의 '빅딜'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4일 저녁 정몽구 회장 부인인 이정화 여사 1주기를 맞아 서울 한남동 정의선 부회장 자택을 찾았다.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 등 두 딸과 함께였다.
인근에 사는 정몽구 회장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현 회장 등 일가친척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범현대가(家)가 한자리에 모인 김에 정 회장과 현 회장이 현대그룹 인수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특별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사에 참여한 한 현대가 인사는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에서 제사가 진행됐다"며 "(현대건설과 관련한)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두 분이 거의 말씀이 없었다"고 말했다.
1시간 20분간 제사를 지낸 뒤 나서는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전 끝까지 가실거죠"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남긴 채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한편 현대그룹은 이날 고 정몽헌 회장이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출연한 사재(私財) 규모에 대해 논란이 일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위임장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몽헌 회장에게 재산 처분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의 위임장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그룹은 4일 일부 언론이 '정몽헌 회장이 현대건설 회생을 위해 44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는 TV 광고의 문구에 대한 사실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자 "광고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현대그룹이 공개한 위임장에는 '본인 정주영은 정몽헌에게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별지의 목록의 재산(주식, 동산, 부동산 등)을 처분하고 이를 관리하는 일체의 권한을 위임한다'고 적시돼 있다.
현대차 그룹은 이에 대해 "명백한 허위광고로 유감이다. (현대건설 입찰은)
한편 이날 이정화 여사 1주기 추모식에는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과 부인 노현정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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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