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버는 스타들은 왜 강남에 모여 살까.
수년 전부터 강남은 ‘연예인 공화국’이라 불린다. 스치는 사람 10명 중 5명은 연예인 혹은 연예 관계자란 말이 있다. 때문에 어디가서 ‘나, 연예인이에요’하면 굴욕 당하기 십상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이 중에서도 청담동·삼성동·방배동·논현동은 특히 유명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한국의 비버리힐스라 불리는 이곳엔 넓은 평수의 명품 아파트와 고급 빌라촌이 많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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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관계자에 따르면, 한 해 10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연예인 10명 중 8명은 강남에 거주 중이다. 영화계와 가요계를 대표하는 초특급 스타들 대부분은 ‘그들만의 성’에서 먹고, 자고, 논다.
◆ 톱스타 10명 중 8명은 강남에 거주…그들만의 성
가장 자수성가 한 스타로 꼽히는 가수 비는 4년전 서울 삼성동 고급주택으로 이사했다. 서세원 부부의 옛집을 경매를 통해 구입했다. 당시 낙찰가는 31억원대. 그러나 현재는 땅값이 올라 50억대의 시세를 형성 중이다.
최근 성북동에 50억 빌라를 구입해 화제를 모은 배용준도 현재는 삼성동 주민이다. 탄천주차장 인근 A고층빌라 맨꼭대기 층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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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과 송혜교도 강남에 집에 있다. 두 여배우는 삼성동 소재 고급빌라 ‘아델하우스’를 구입해 화제를 모았다. ‘아델하우스’ 맞은 편 현대주택 단지에는 김승우-김남주 부부가 살고 있다.
이효리와 이승기 역시 강남을 벗어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삼성동 주상복합 아파트 브라운스톤 레전드를 구입한 이웃 사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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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삼성동 소재 현대 아이파크는 연예인 아파트로 소문이 자자하다. 배우 손창민, 전지현, 이미연, 권상우-손태영 부부 등이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일반 아파트 중에는 국내 최고가인 57억원을 기록 중이다.
고급빌라에 밀리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던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명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공시지가가 40억원 이상으로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돈을 벌면 가장 사고 싶은 집` 중 하나다.
현재 타워팰리스에는 신현준 박중훈 심형래 안성기 윤태영 타블로 이정현 주현미 등을 비롯한 10여명의 연예인이 살고 있다.
연예인 집값 1, 2위를 차지한 조영남과 한채영은 청담동 상지리츠빌 카일룸에 살고 있다.
조영남은 2차 187평형 빌라에, 한채영은 3차 158평에 거주 중이다. 이 빌라는 최근 몇 년간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0억 이상의 시세를 기록 중이다. 청담동과 압구정동엔 김희선, 전도연, 고현정 등 톱스타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방배동 서래마을에도 연예인들이 많이 산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김정은, 하지원, 정우성, 최민수, 이서진 등이 대표적인 서래마을 주민이다.
직접 살 집 뿐 아니라, 투자목적으로 구입한 건물 역시 강남에 밀집되어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남 일대에서 50억원대 이상의 건물을 소유한 연예인은 20여명.
가수 서태지가 논현동에 250억대 빌딩을, 고소영이 청담동에 100억대 빌딩, 가수 비도 청담동에 150억대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배우 이미연 역시 청담동에 60억원 상당의 빌딩을 구입했다. 개그맨 임하룡은 신사동에 30억원대 건물을, 신동엽도 삼성동에 72억원 상당의 건물을 갖고 있다.
이재룡·유호정 부부와 최란·이충희 부부는 각각 80억~100억원대의 청담동 건물주다. 손지창·오연수 부부도 2007년에 완공한 50억 빌딩 주인이다. 이 건물엔 명품 브랜드가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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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이 손에 잡힐 듯…50평 이상 초대형 아파트 절반이 강남에
이렇듯 스타들이 강남에 모여 사는 이유는 뭘까. 일단, 넓은 평수의 고급 아파트가 강남에 많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서울 50평형 이상 대형 아파트의 절반 이상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자연스레 스타들이 강남권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넓은 평수의 명품 아파트와 고급빌라는 부동산 가치는 물론, 사생활 보호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강민구 마크힐스 분양팀 본부장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최고급 주택에 사는 부자들은 무엇보다 사생활을 가장 중요시 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 서로 마주칠 일이 아예 없도록 설계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탁 트인 조망권에 영화관, 와인바, 휘트니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돈을 들인 만큼 가치’를 한다는 매리트(merit)가 있다.
또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부터 청담사거리 명품샵까지 들어서 있어 유행에 민감한 연예인들의 구미와 딱 맞아떨어진다. 8학군과 인접할 뿐 아니라, 유학을 보낸 자녀 교육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데도 이점이 많다.
청담 압구정 등 강남 지역엔 굵직한 연예 기획사나 헤어샵 등이 밀집되어 있다. 때문에 일과 여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시공사나 건축주 입장에서도 연예인들을 상대로 VVIP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분양이 시작되면 인맥을 동원해 스타들을 상대로 시행사가 직접 나서 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스타가 입주한다는 소식이 퍼지면 주택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명품 아파트나 고급빌라를 구입한 톱스타들의 경우 이러한 마케팅 혜택을 적용받아 시세보다 10~30% 싸게 구입한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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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아파트 보다 고급 빌라 선호 추세 왜?
특히 최근에는 명품 아파트나 단독주택보다 고급빌라를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장동건, 고소영은 신혼집으로 아파트가 아닌 흑석동 고급빌라를 선택했다. 배용준도 최근 성북동에 50억대 빌라를 구입했고, 김태희 역시 삼성동대 30억대 빌라를 사들였다.
아파트의 경우 아무리 명품이라 해도 인테리어에 한계가 있고, 사생활 보호에 틈이 생기기 쉽다.
그러나 고급빌라는 다르다. 우선, 자유로운 인테리어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가구수가 얼마 되지 않아 완벽한 사생활이 보장되고, 완벽한 출입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휴양지 리조트 풍의 외관과 최고급 내외장재, 편안하고 품격있는 실내공간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잡지나 TV에 소개되는 그림같은 스타들의 집은 아파트 보다 단독주택이나 고급빌라인 경우가 많다. 매스컴을 많이 탄 인테리어 좋은 집은 되팔 때 몇 배의 시세 차익을
보통 스타들은 자기만의 독립적인 생활공간에 대한 욕구가 일반인보다 크다. 일반인들의 경우 투자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스타들은 그보다 프라이버시 보장이 더 중요하다.
고급 빌라촌의 경우 하나의 독립된 구조이거나 출입구가 별개로 되어 있어 사생활 보호가 철저하다.
그밖에 환기나 화제, 안전성 면에서 고층 아파트보다 고급빌라가 더 앞선다는 이유 또한 작용하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