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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전격 성사될 것으로 보였던 남북 만남이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닌 격 문제인데요. 수석대표 급이 문제가 됐습니다. 과연 이게 다일까요? 북한이 하루 전날 회담을 취소한 속내가 무엇인지, 앞으로 남북 관계는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인지 이세기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 양국 수석대표의 격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이 되었습니다. 긴장국면에서 갑자기 대화국면으로 가면서 전 세계의 상당한 관심이 쏠렸던 상황이었는데요. 정부는 수정제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다만 김양건 통일선전부장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을 뒷받침 했는데요. 격을 둘러싼 남북 당국 회담의 무산,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글쎄요, 남북 관계라고 하는 것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늘 불확실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예측불허의 상황에 늘 당면하게 됩니다. 남북 관계라는 게 지금까지 늘 이래왔지 갑자기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격의 문제도 해결이 안 된 채 회담이 임박했고 의제도 완전한 합의를 보지 않은 채 회담이 임박하지 않았습니까.
▶ 실무회담에서도 누가 올 것인지, 의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가 해결되지 않았었죠.
-그러니까 본 회담 날짜부터 임박하게 결정 해놓고 실무회담을 그 안에 껴서 하루 이틀 만에 실무 회담을 끝내야 하고 또 본 회담을 준비해야 하고, 시간에 쫓기다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것 아닌가. 대단히 아쉽습니다.
▶ 이번 과정을 보면 우리 정부도 지나치게 서둘렀던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 정부가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납득할 수 없어요. 모처럼의 기회가 잘 성사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저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다음부터라도 남북관계는 실무회담을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해서 본 회담 날짜도 합의해서 정하고, 격 문제도 충분히 실무회담에서 합의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어쨌든 지금 정부는 원칙을 가지고 북한문제, 대북문제를 대응하겠다, 이 점에 대해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인데 과거 남북 장관급 회담을 살펴보면 이 같은 문제로 여러 차례 충돌이 있었잖아요. 그런 것들을 한 번 돌이켜 봤으면 이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니까 새롭게 시작을 해서 잘 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겠죠. 그러나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 격이라는 게 북한이 과거에도 항상 이랬잖아요. 낮춰서 오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왜 그런 겁니까?
-어떻게 보면 자기들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싶었던 거죠.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시도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계기가 아니었나. 우리가 늘 저쪽에 주는 것이 더 많은데, 북측에 대해서 돈도 주고 여러 가지로 주는 게 많지만 남북관계를 보면 오히려 북한이 갑이고 늘 우리가을 같은 입장에서 따라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정부로서는 이것을 바로 잡아야 된다..
▶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된다?
-바로잡아야 됩니다.
▶ 새로운 남북관계 형성 질서를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얘기한 것이 있잖아요. ‘형식이 내용을 결정 한다’
-옳은 얘기입니다. 이번에 이런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각오를 하더라도 격의 문제를 바로 잡아야 된다는 점에 저는 찬성합니다.
▶ 어쨌든 다시 국면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한동안 냉각기를 갖다 보면 대화의 필요성 얘기가 될 것이고 그렇다 보면 다시 연결될 것입니다. 이것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대화의 판을 깬 북한의 진짜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일각에서는 북한이 애당초 우리와 대화할 의지가 없었던 거 아니냐. 특히 미중 정상 만남을 염두에 둬서 하나의 제스처를 보낸 거 아니냐.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그 부분에 대해서 장관님은 어떻게 보세요?
-그런 면이 충분히 있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북측이 6월 6일이 대화 하겠다고 나온 것 아닙니까. 바로 다음 날 있는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중국 측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할까, 그런 목적을 위해서 대화를 임박해서 갖다놓았다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버리니까. 더군다나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결론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용서할 수 없다고 하는 것..
▶ 상당히 강경하게 나왔죠? 핵 보유에 대해서 용납하지 않겠다.
-그렇습니다. 굴복시키겠다는 용어를 써가면서 강하게 나왔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으로선 굉장히 실망했다고 할까요, 굉장히 목이 조여 오는 아픔을 느꼈다고 봐야겠죠.
▶ 그러다 보니까 사실상 북한은 얻을 수 있는 게 더 없는 거 아닙니까. 남북 실무 회담이나 당국자 회담을 해도 박근혜정부가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들이 원하는 경제적 혜택을 당장 얻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면 향후 남북 간 회담이 상당히 장기화 되거나 지연되거나 냉각 국면이 다시 오거나,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들 개연성은 없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러나 북한의 경제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서 자금의 흐름을 동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기대하는데 중국에선 화가 잔뜩 나 있고 중국의 말을 쉽게 들을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까 여러 가지 어려움이 겹쳤는데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남북대화로 풀어야 될 필요성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그렇게 길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 흥미로운 건 박정희 전 대통령도 79년 회담 당시에 대화 상대의 격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보였더라고요.
-집권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해야 옳겠죠. 그동안 그렇게 못했던 점에 오히려 문제가 있었고. 이제 바로 잡아 가야죠.
▶ 이번 당국 회담의 무산으로 북한의 대화 판 입지가 좁아지는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강경기조를 이뤘던 것은..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이 중국과 가까워지면서 중국에 협조도 요청했고 그러면서 장성택이 한 일이 군의 자금줄을 당이나 내각 쪽으로 돌려버렸거든요. 그래서 군이 굉장히 화가 났죠. 군 쪽에서 들고 일어나서 더 강경노선으로 치닫게 몰고 갔는데 거기에 한계가 오니까 다시 대화를 하는 쪽으로 온 것은 사실인데요. 여기서 또 어디로 갈 것이냐. 갈 데가 없습니다. 결국 대화로 다시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강경책으로 가다 그것이 통하지 않자 대화국면으로 해서 이른바 통일전선부에 힘을 실어주었는데 이번 결과를 보면 성과가 좋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강경파가 다시 목소리를 내면서 이건 아니다, 애당초 우리 기조대로 가야 된다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잖아요.
-그런 우려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강경파가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갈 길이 있겠는가. 갈 길이 없고 다 막혀 있습니다. 중국이 여유롭게 포용을 해주어야 하는데 중국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선 전략전술의 변화를 논하는 것 자체도 맞지 않다, 왜. 북한은 지금 선택의 길이 없다. 그렇다며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 정부에서 관리를 해 가야 하는 상황입니까?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는 미국 중국과 협력을 해서 어떡하든지 비핵화를 이뤄내야죠. 북한이 어떻게 되든지 우리로선 비핵화를 이뤄내야죠. 그것을 성취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비핵화를 이루되 그러기 위해서 미국과 중국을 잘 설득해 가야 합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도 중요하지만 특히 한·미·중 3국 전략 대화를 이번에 제주도에서 시작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한·미·중 3국 전략 대화가 대단히 의미 있고 중요한 대화 채널이 아닌가. 정상회담에서도 충분히 얘기를 해야 하겠지만 한·미·중 3국 전략 대화를 통해서 북한 핵 문제를 우선 해결하도록 집중해 나갈 수밖에 없죠.
▶ 결국 핵문제가 중요한 과제인데 당장 남북 간에 이번 대화에서 개성공단이라든지 인도적인 문제에 접근하려고 했는데 그것조차 삐거덕거리는 마당에 핵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을 수 있겠는가. 이런 과제가 있지 않습니까?
-남북 간에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미·중이 협력해서 북한을 조이는 거죠. 상당히 심하게 조일 겁니다. 아마 북한이 견뎌내기 힘들 겁니다.
▶ 북한은 이번에 무산된 책임을 남쪽에 돌리고 있거든요. 항상 저 뒤에 어떤 일이 전개될지 모르지 않습니까. 혹시 북한이 또 기습도발이라든가 움직임을 펼 개연성은 없습니까?
-북한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습니다. 남북 회담이 결렬되면 전적으로 한국 책임으로 돌리고 자기들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선전을 합니다만 상투적인 수법이지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난 그렇게 봅니다.
▶ 한중 정상들이 27일 날 만나는데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 같아요.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 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을 것이고, 북한 핵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특히 염두에 둬야 될 것은 어떤 걸까요?
-정상 회담이라고 하는 것은 양 정상 간에 우선 서로 대화가 통하는 사이를 만드는 것, 친숙한 처지를 만드는 것, 정상 간의 호흡이 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잘 조절해야 할 것이고.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잘 될 거라고 봅니다. 그러면서도 북한 핵문제에 대한 방법 같은 것은 충분히 토론을 해야 하고 우리 한국 측에서도 그런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 비핵화 입장을 지난번 미중 정상이 만났을 때 천명했듯이 한중 정상 간 만남에서도 중국이 천명할 수 있을까요?
-중국의 입장에서 비핵화 입장을 천명하지 못할 게 없습니다. 이미 공개된 얘기 아닙니까. 미국과 완전히 합의 했거든요.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으로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이 미국과 대국 관계론 속에 책임이 따르지 않습니까. 중국으로선 미국과 협력을 해가면서 비핵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 북한도 지금 외교적 고립에 빠지다 보니까 중국, 러시아, 일본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 남은 선택은 어떤 겁니까?
-지난 5월 22일 최룡해 특사가 오기 전날 제가 북경에 있었습니다. 그 전날 제가 왕자루이 부장도 만나서 여러 가지 토론도 하고 우리 국회의원 팀들과 함께 토론을 했습니다만 중국은 아주 확실합니다.
▶ 중국의 입장은 분명해져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서 중국과 북한, 북한과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가 변했다고 예단하기엔 이른 거 아닌가요?
-쉽게 얘기해서 중국이 북한을 쉽게 버릴 수 있겠는가. 그거는 어렵다고 봅니다. 중국이 북한을 쉽게 버릴 수 없다고 보지만 그러나 이번에 북한에서 혼란을 일으키면서 미국의 신무기가 다 한반도로.. 중국은 이것을 못 견디는 겁니다. 중국은 이것 때문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무인정찰기가 한반도 정상에 떠서 북한을 관찰한다면 중국까지도 다 시야에 들어오거든요. 중국으로선 제일 나쁜 게 이 점입니다.
▶ 북한을 핑계로 위에서 정찰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이 제일 아프죠. 그래서 심지어 이번 미중 정상 회담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 북한의 붕괴로 조성될 혼란의 위험보다 북한의 야심으로 인한 위협이 더 중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미국이 북한한테 설득시켰다 식의 기사가 나옵니다. 원문을 안 봐서 미묘한 뉘앙스를 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이런 정도로 한·미·중 전략 대화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이고 이것은 북한이 견디기 어려운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봅니다.
▶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이것 역시 한계를 가지는 거 아닌지.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어떤 수단이 있는 것이냐. 여러 질문들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이 결국 응해올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에 다른 길이 없다고 봅니다. 꾸준한 인내로 대화를 하고 설득해나가면 결국 끌려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에 대북, 외교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 최고통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워딩이 너무 쉽게 자주 나오는 거 아닌가. 좀 더 신중하게 대외적으로 알려져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두 가지가 있는데요. 이번 과정을 보면 너무 서둘렀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하나와 또 하나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을 수밖에 없고 있어야죠. 그렇지만 이것이 너무 매일 같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참모들이 언론에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비보도 요청할 것은 요청하면서 해야지..
▶ 최고통치권자의 워딩은 상당히 신중하게 나와야죠?
-더군다나 남북관계에 있어선 위험천만한 얘깁니다.
▶ 다시
-거둬들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안 됩니다. 대통령의 말씀과 지시는 늘 있어야죠. 그렇지만 그것이 매일같이 언론에 공개된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참모들이 다시 심사숙고해야 않은가. 특히 남북 대화에 있어서.
▶ 이 방송을 보면서 그런 것을 참고했으면 좋겠네요. 오늘 장관님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