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유럽 대륙 최고봉을 프랑스의 몽블랑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러시아 남서쪽 코카서스산맥의 해발 5,642m 엘브루스가 유럽에서 가장 높습니다.
한 아웃도어업체 직원들의 엘브루스 등정기를 이정석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 기자 】
유럽 최고봉, 엘브루스를 가기 위해 러시아로 향합니다.
모스크바 국제공항과 코카서스 북쪽의 미네랄녜 보디 공항을 거쳐 엘브루스 등반의 전초기지인 테스콜로 향합니다.
드넓은 평야를 3시간 가량 달리자 코카서스 산맥으로 접어들며 주변 경치도 점차 거칠게 변해갑니다.
해발 2,000m 테스콜에서 바라본 눈 덮인 코카서스.
길이 1,500km의 이 산맥은 러시아 남서쪽,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서 동서양을 나누는 역할을 합니다.
이 산맥 중앙에 해발고도 5,642m 유럽 대륙 최고봉인 엘브루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니키타 / 고산등반 전문 가이드
- "엘브루스는 강한 바람과 낮은 기온 등 돌변하는 기후로 많은 사람이 죽는 위험한 산입니다."
5,000m 이상 높은 고도에 몸 상태를 맞추기 위해 2차례에 걸쳐 고소적응 훈련을 갖습니다.
먼저, 케이블카와 리프트를 이용해 3,700m 가라바쉬 산장까지 오릅니다.
1차 고소적응 훈련은 4,160m의 퓨리웃까지 진행됩니다.
▶ 인터뷰 : 김장혁 / 평안엘앤씨 리더
- "(지금 어때요?) 머리가 아파요. (다른 데는요?) 잠 와요. 잠 오고 어지럽고…."
▶ 인터뷰 : 전수병 / 평안엘앤씨 리더
- "두통이나 이런 게 없어야 하는데 아직까진 괜찮아요. 이게 만년설이잖아요. 말할 수 없이 좋습니다."
▶ 인터뷰 : 구은수 / 서울시 산악조난구조대장
- "일단은 고소 적응이죠. 체력적으로는 다 되는데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고소 적응이 제일 관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차 고소적응 산행은 크램폰 등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설사면을 오릅니다.
대기 중의 산소량이 해수면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 스탠딩 : 이정석 / 기자 (러시아 엘브루스)
- "등정 이틀째, 고도적응을 위해 해발 4,800m 파트코브락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한발짝 뗄 때마다 산소가 희박해 매우 숨이 찹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고소적응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 인터뷰 : 유경수 / 평안엘앤씨 리더
- "4,800m까지 올라가 봐야 알겠지만, 저 위의 날씨는 안 좋거든요. 그래도 고소적응 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해발 3,800m에 위치한 배럴산장.
엘브루스 등정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석유통을 닮아 배럴산장이라 불립니다.
몰려드는 등반가들을 수용하기 위해 바로 옆에 컨테이너 숙소도 마련됐습니다.
8명이 잘 수 있는 컨테이너와 식당이 등반가들에게 아늑한 휴식을 제공합니다.
산장에서 바라보는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 엘브루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정상을 한달음에 달려 가고픈 충동이 일어납니다.
▶ 인터뷰 : 김병관 / 평안엘앤씨 리더
- "커피 맛이 되게 좋아요. 올라와서 먹으니까…. 꼭 올라갔다가 내려오겠습니다. 파이팅!"
정상 등반 전날.
이글거리는 태양이 떠오르며 순백의 설산들을 붉게 물들입니다.
각각의 봉우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으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뽐냅니다.
사흘 동안 고소 적응 훈련을 마친 일행이 드디어 정상 등반에 나서는 날.
새벽 3시,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설사면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동이 터오며 코카서스의 장엄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고도 5,000m를 넘어서면서 희박한 산소에 몸은 천근만근, 한 발짝 떼기도 어렵습니다.
▶ 인터뷰 : 홍성철 / 평안엘앤씨 리더
- "잠깐 쉬고 있는데 손발이 저려서 일어나서 다시 걷는 게 조금 두렵네요. 끝까지 파이팅 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승하 / 평안엘앤씨 팀장
- "쉬는 게 더 힘들어요. 쉬니까 머리가 더 아픈 것 같아요. 차라리 계속 걷는 게 머리가 덜 아픈 것 같습니다."
산행 5시간째, 엘브루스 동봉 설사면과 중간 휴식 장소인 쌔들을 거쳐 목적지인 서봉의 깎아지른 설산을 오릅니다.
희박한 산소 탓에 마치 술에 취한 듯 정신은 멍해지고, 한걸음 옮길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등반을 시작한 지 8시간, 마침내 엘브루스가 정상을 허락합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유럽 땅을 두 발로 우뚝 섰습니다.
▶ 스탠딩 : 이정석 / 기자 (엘브루스 정상)
- "드디어 해발 5,642미터 유럽의 지붕, 엘브루스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맑은 날씨에 하늘은 물론 구름과 유럽 모든 대륙이 발밑에 있는 모습이 가히 장관입니다."
유럽 대륙의 꼭짓점에 올라선 이들은 서로 껴안으며 벅찬 감동을 나눕니다.
▶ 인터뷰 : 이석용 / 평안엘앤씨 팀장
- "해외(산)는 처음 정상을 밟았는데, 왜 산악인들이 정상을 밟는지 조금은 알 것 같고, 가슴 벅차오르고, 아깐 눈물이 날뻔했어요."
▶ 인터뷰 : 지영호 / 경북 문경시
- "오를 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올라와서 보니까 너무나 기쁘고 감개무량합니다."
대자연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깨우친 한 정치인은 의미심장한 소감을 남깁니다.
▶ 인터뷰 : 주성영 / (사)중소기업연구지원센터 이사장
- "정치인으로 쓸데없는 분쟁을 벌였던 것이 티끌같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겸손하라고 위대한 자연이 계속 얘기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를 가둔 곳으로 알려진 엘브루스.
그 험난한 유럽의 지붕을 오르며 느낀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은 모두의 가슴 속에 깊은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MBN 뉴스 이정석입니다. [ljs730221@naver.com]
영상취재 : 이정석 기자, 구은수 대장
영상편집 :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