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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안드레아 셰니에"를 공연하고 있는 독일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사진제공 = 로열오페라하우스> |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깊고 묵직한 아리아를 들려준 성악가는 21세기 최고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46). 외모는 무대를 압도했고 성량은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왔다. 3D 영상 시대에 그보다 더 완벽한 테너가 있을까. 오페라를 전세계 동시 상영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과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캐스팅 1순위다. 1회 출연료가 10만 유로(약 1억 2000만원)에 육박한다.
그가 등장할 때 샹들리에로 장식한 연회장, 광장 선술집 무대 세트가 꽉 찼다. 확신이 넘치는 노래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셰니에가 연인과 마지막 키스를 나눈 후 무대 막이 내리자 런던 관객들의"브라보”함성이 극장을 울렸다.
카우프만의 황금 목소리를 서울에서도 들을 수 있다. 6월 7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독창회를 연다.
그는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이메일 인터뷰에서"한국에서 온 대단한 성악가들을 만나면서 클래식 음악 사랑과 열정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음악 배경과 교육 과정이 궁금해졌다”며 호기심을 보였다. 작품 해석이 치밀한 학구파 성악가다웠다.
그의 첫 내한 무대는 오페라 아리아로 채워진다. 푸치니 오페라'토스카', 베르디 오페라'루이자 밀러',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비제 오페라'카르멘'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무대에 뿌리 내린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은 가창력의 비결이 궁금했다."떨리지 않는 체질이에요. 완벽하게 준비해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즐기죠. 경주를 기다리는 말처럼요. 이 또한 신이 주신 축복이죠. 중압감에 시달리는 공연을 앞두고 요가가 도움이 되요. 웃음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죠.”
독일 뮌헨에서 태어난 그는 늦깎이 성악가다. 뮌헨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다가 1989년 여름 뮌헨 음악 아카데미에 진학했다.
"보험회사에 다니던 아버지는 제가 합리적이고 실속 있는 직업을 선택하기를 바랬죠. 저 역시 성악가의 길이 불확실하다고 생각했어요. 감기만 걸려도 노래를 부를 수 없으니까요. 부모님 조언을 받아들여 수학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두 학기 정도 지나니까 제가 논리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의 예감대로 성악가가 되는 과정은 험난했다.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한 두 마디 노래하고 퇴장하는 단역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자동차 회사 BMW 운전기사로도 일했지만 오페라 가수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가장 사랑하는 일을 잘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순간은 없어요. 어두운 과거가 있었지만 그 때도 내 미래가 환할 것이라고 믿었어요.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었으니까요.”
1994년 독일 자르브뤼켄 오페라극장 전속 가수가 됐지만 발성법에 문제가 있어 목이 자주 쉬었다. 모차르트 오페라'마술피리'타미노 왕자와 모차르트 오페라'돈 조반니'돈 오타비오 역이 그의 음색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테너이지만 바리톤에 가까운 어두운 소리를 낸다.
"학교에서 배운데로 리릭(서정적인) 테너에 맞췄는데 목이 자주 아팠죠. 스승인 마이클 로드스는'네 목소리를 그냥 뱉어'라고 조언했어요. 마치 구원의 소리 같았죠. 그 때 비로서 목청이 열렸고 편안하게 하품을 하는 것처럼 크고 어두운 소리가 제 안에서 나오기 시작했어요. 작은 차를 몰던 사람이 큰 트럭을 모는 느낌이었어요.”
제 소리를 찾은 그는 2006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라 트라비아타' 알프레도 배역으로 성공해 15년 무명 생활을 끝냈다. 2010년에는 이 극장에서 바그너 음악극'뉘벨룽겐의 반지' 4부작 중 '발퀴레'를 공연하고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 오페라'로엔그린'에 출연했다.
"고국 작곡가 바그너 오페라는 어릴 때부터 들었어요. 할아버지께서 자주 피아노로 연주하셨죠. 하지만 바그너보다는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에 더 애착이 갑니다. 왜냐면 그는 전설적인 작곡가이자 위대한 인간이였기 때문이죠.”
연간 80여회 공연하는 그에게 음악의
카우프만은 아내인 메조 소프라노 마르가레테 요스비히로 사이에 세 아이를 두고 있다. 뮌헨 자택에서 아주 먼 곳으로 투어를 떠날 때는 가족을 데리고 여행한다.
[런던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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