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로빈훗’은 블랙 코미디다. 때문에 로빈의 영웅담에 기대를 한 관객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특히 마리안이라는 캐릭터는 쉽지 않다. 로빈을 사랑하지만 길버트의 아내가 될 뿐 아니라, 감옥에 갇힌 로빈을 구해주고도 곧장 그가 탈옥 한 사실을 전하기도 한다. 관객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이에 대해 김아선은 “‘로빈훗’을 보고 만들어 가야 할 부분이 많았다. 나도 처음에는 마리안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이어 “자칫 잘못하면 마리안이 나쁜 사람으로 치부될 것 같았다.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하려고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본 받고 연습하는데, 연출이 마리안을 사랑해 달라. 하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다. 마리안의 정체성을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라며 “하지만 점점 극에 집중할수록 로빈만 보면 눈물이 나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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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이주영 |
“‘로빈훗’에 로빈과 마리안의 러브라인은 없어요”
마리안은 로빈의 연인이었지만, 로빈의 친구이자, 권력에 눈이 먼 길버트의 아내가 된다. 자칫 잘못하면 마리안은 부와 명예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여자로 그려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아선은 “극 중 여자의 성향을 되도록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로빈과 길버트는 전형적인 남자, 마리안은 전형적인 여자”라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로빈훗’은 필립왕자와 로빈 등을 통해 프롤레타리아(임금노동자)가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표현한 작품”이라며 “작품 속 흔히 있는 러브라인, 복수가 아니다. 로빈과 마리안의 러브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표현했기 때문에, 다소 괴리감이 들 수도 있을 것 이 김아선의 설명이다.
“마리안은 길버트가 왕을 죽인 것을 몰랐을 거예요”
극 중 마리안은 표독스럽고 차갑다. 자신의 부와 명예, 신분상승을 위해 로빈이 아닌 길버트를 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로빈에게 차가운 칼을 뽑는 것 역시 마리안의 손이다.
김아선은 “마리안이 왜 로빈이 아닌 길버트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며 극 중 “반역자의 여자로 살아갈 수 없잖아”라는 대사를 읊어 보이더니, “마리안은 왕을 살해한 사람이 길버트가 아닌, 로빈으로 알 것”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마리안의 마음이 어려웠지만, ‘그도 현실에서 벗어날 자신이 없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김아선은 매몰차게 마리안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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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훗’은 한국에서 초연된 작품일 뿐 아니라,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며, 독일 라이선스 공연이다. 때문에 한국인 정서에 맞게 표현해야 했을 뿐 아니라, 대사와 표현에서 인물에 대해 채워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마리안, 좀 더 원초적으로 노래하고 표현하려고 했어요”
김아선은 솔로 곡에서 더 많을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솔로 곡이 아니면, 마리안으로서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원초적으로 노래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왜 마리안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고, 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는지 말이다”라고 조곤조곤 털어놨다.
이어, “어렸을 때는 사람이 전부였지만, 소녀가 아닌 여자가 됐을 때는 욕망이 생겼던 것이 아닐까.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현실을 선택하고 살아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마리안의 입장에서 속 시원하게 밝혔다. 김아선이 얼마나, 극에 대해 고심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라면, 로빈과 길버트 중? “길버트”
김아선은 실제로 로빈과 길버트 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 먼저 웃었다. 그는 “처음 봤을 때는 존 왕이 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마리안은 아마 가난했을 것이고, 아버지도 존 왕처럼 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인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로빈은, 마리안이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고 사랑했을 것이다. 감성적인 마음이라면 로빈을 택하겠지만, 적나라하게 말한다면 길버트를 택하지 않을까. 현실을 봐야할 것 같다”고 말하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극 중 로빈은 꿈을 좆는 사람이지만 길버트를 현실을 보는 편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영웅적인 로빈보다, 현실을 사는 편이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리안, 표현하기 쉽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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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마리안과 로빈, 길버트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다. 길버트는 로빈에게 열등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데 이어, “마리안의 아버지도 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때문에 마리안에게 권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트라우마처럼”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극 중 마리안은 위험에 처한 로빈을 구하지만, 바로 소리를 질러, 로빈을 위험에 빠뜨린다. 어찌 보면 배신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김아선은 “그 장면에서 마리안이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길버트에게는 또 배신 아닌가. 로빈을 떠나보내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특히 김아선은 “극 중 끙끙대고 감정을 삭이지만, 모든 장면이 아닌 척 하고 숨긴다. 그래서 마리안은 쉽지 않다”고 감정에 대해 털어놓았다.
김아선은 로빈에게 칼날을 겨누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 “원초적인 감정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마리안 자체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내가 마리안이 어떤 인물인지 전할 수 있고, 관객들한테 눈물도 웃음도, 심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며 “내가 설득력 있게 산다면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마음을 나타냈다.
한편 뮤지컬 ‘로빈훗’은 오는 5월2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