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지난 6일 대학로 극장이 폐관했다. 올해 1월 상상아트홀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가 문을 닫을 데 이어, 28년 간 대학로를 지킨 대학로 극장까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내년에는 삼일로 창고극장(이하 창고극장)마저 우리 곁을 떠난다.
소극장이 줄줄이 문을 닫는 이유는 경영난이나, 바뀌어 버린 관객들의 문화수준 때문만은 아니다. 소극장이 갖는 문화 역사적 의미를 문화정책을 이끄는 이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측면이 더 크다. 창고극장의 폐관 소식이 씁쓸한 이유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역사, 삼일로 창고극장
1975년 개관한 창고극장은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 ‘티타임의 정사’ ‘유리동물원’등 작품을 공연했을 뿐 아니라 박정자, 전무송, 유인촌, 윤석화, 윤여정 등의 배우들도 오른 곳이다. 그야말로 창고극장은‘예술과 문화’를 상징하는 소극장의 토대이자, 기반인 셈이다.
창고극장의 정대경 대표(이하 정 대표)는 창고극장의 폐관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대안이 없다. 자생력을 갖기에 어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대표는 “결코 대기업이 운영하는 극장을 비난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동안 대학로에 기여하는 것이 뭐가 있느냐. 돈을 벌려고 하는 목적 예술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정 대표의 말에 따르면 약 10개 정도의 극장만 있었던 70년대에서 현재의 문화공간이 생기는 데는 배우들의 땀과 피가 녹아있는 셈이다. 중극장, 대극장 역시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라, 그 바탕에는 소극장이 있고, 연극을 대중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한 배우들의 숨은 노고가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현재 대학로는 젊은 연극인들의 메카 아닌가. 연출, 배우, 극작가 모두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창고극장을 시골집, 고향집에 비유했다. 비록 열악한 극장 환경이지만, 지친 영혼을 충만하게 채울 수 있는 그런 마음의 고향이 곧 창고극장이라는 설명이다.
얼마 전, 약 200여 명 연극인들이 ‘소극장은 죽었다’ 외치며 상여를 들고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에 정 대표는 “민간 소극장 지원이 힘들어 지는 상황”이라며, “예술계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스토리는 역사에서 나온다”
정 대표에 따르면 모두가 ‘대학로의 소극장은 죽었다’ ‘소극장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를 높지만, 정작 ‘어떠한 해결 방법’이 없다. 구체적인 방안이나, 제시가 없다는 것은 곧, 자생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정 대표는 “소극장의 연명치료는 더 이상 어렵다. 극장이 자생력을 갖지 않고, 누군가의 힘에 보태여 조금이라도 더 극장을 운영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화도 났고, 서운하기도 했다. 물론 지원의 수요는 끝이 없을 것이다. 다른 민간 극장에서는 지원에 대해 ‘왜 삼일로 창고 극장만’이라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원에도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 대표는 쉽지 않은 판단을 내리게 됐다. 그는 “창고극장이 내 극장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책임은 지고 있다는 생각했다. ‘내 맘대로 폐관해도 되는가’에 대해 고민 했지만, 누구도 결정을 내릴 수 없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스토리는 역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같은 작품을 올려도 관객들이 접하는 마음은 분명 다른 것”이라며 “이제 가장 오래된 극장은 산울림극장이다. 한국의 소극장 역사는 체감 적으로 30년으로 줄어들 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켜야할 가치가 과연 무엇일까”라고, 대학로와 삼일로 창고극장이 가진 역사와 그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창고극장의 폐관은 단순하게 한 극장이 문을 닫는 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국 소극장의 역사가 소멸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