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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궁들이 모여 있는 곳에 위치한 궁중음식연구원에는 우리나라 최고 요리명가의 후손인 세 자매가 살고 있다.
그들은 한 평생을 궁중음식에 몸 받쳤던 故황혜성 교수의 딸이자 어머니의 대를 이어 궁중음식과 전통음식을 전승, 보존하고 한국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세계에 널리 보급하고 있는 한복려(첫째), 한복선(둘째), 한복진(셋째) 자매다.
세 자매는 충청도가 고향인 부모님의 1남 3녀로 태어났다. 삼시세끼 흔히 먹던 음식을 문화재의 위치까지 올린 어머니는 음식으로 자식들을 훈육했다.
살아있던 채소들이 죽어 나에게 왔을 때 그 재료의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음식 앞에서는 항상 겸손을 강조했으며 나아가 인간 관계에서도 늘 겸손하라고 가르쳤다. 음식도 심성을 타는지라 심성이 아름다워야 음식도 잘 만들 수 있음을 강조했다.
어머니의 유전자는 세 자매에게 고루 전달됐다. 큰딸에게는 고집, 집념, 추진력을 둘째딸에게는 외모와 말씨, 막내딸에게는 공부에 대한 열의를 물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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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딸 한복려(69세)는 2대 기능 보유자인 어머니에게 30년 동안 조선 왕조 궁중 음식을 전수 받아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 왕조 궁중 음식 3대 기능 보유자이자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교육을 받는 궁중음식연구원의 원장이다.
둘째 딸 한복선(67세)은 식품영양학, 외식경영학, 약선음식을 공부했다. 조선 왕조 궁중 음식 이수자이며, (주)대복 회장, 한복선식문화연구원장, 시인, 미식작가, 대학교수이기도 하다. 슬하의 큰 딸은 외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3대째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셋째 딸 한복진(64세)은 식품영양학 박사로 요리연구가이자 현재 전주대학교 한식조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궁중음식이수자로서 두 언니와 함께 궁중음식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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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의 어머니이자 영원한 요리 스승인 故황혜성 교수는 16살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음식학을 배웠다. 고국에 돌아와 교편생활을 하던 23살에 고종, 순종 임금님의 음식을 만들었던 마지막 주방 상궁 한희순 상궁에게 30년간 궁중음식 조리법을 전수 받았다. 2006년 타계하는 그날까지 궁중 음식과 전통음식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이 음악, 무용 분야에서 음식분야로 확장된 것도 황 교수님의 공이 크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음식인 궁중음식도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끊임없는 노력 끝에 마침내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시켰다. 궁중음식 조리법은 비전과 같다. 글이 아닌 말과 실습으로만 수백년간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도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배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배운 것을 비전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전달되기를 바랬다. 글로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훗날 조선왕조궁중음식이라는 책을 집대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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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세 자매의 집은 대가족이었다. 어머니가 음식을 준비 할 때면 딸들은 다 같이 도와야 했고 음식은 그녀들에게 일상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집안 분위기는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음식이야기를 하는 연구소와 같았다. 이런 환경으로 딸들은 궁중음식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가 있었고 남들보다 음식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되었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선 전국을 돌아다니며 음식 연구를 하는 어머니의 조수노릇을 하기도 했다. 습자지처럼 그들은 어느 순간 어머니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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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성격은 많이 다르다. 하지만 그들이 모이며 여느 자매들처럼 수다와 웃음이 끊기지 않는다.
한복려 원장의 무표정한 모습은 초면인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진중한 성격으로 가장 섬세하고 꼼꼼하다. 한복선 원장은 항상 웃음으로 친절해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한복진 교수는 털털한 성격이면서 간단명료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다.
큰 언니 한복려 원장에게 두 동생은 같은 길을 걸어온 동반자이며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이 가야 할 영원한 동료이자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이다. 둘째 한복선 원장에게 언니는 끈기와 집념을 가르쳐 준 고마운 존재이며 동생은 열정적인 학구파이기에 최고의 정보망이라고 말한다. 막내 한복진 교수에게 두 언니는 엄마처럼 감사하고 다정하고 힘이 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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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함께한 세월이 40년이 넘은 이들에게 음식이란 무엇일까?
강된장찌개와 비빔국수가 대표요리인 한복려 원장에게 음식이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소통하게 해주므로 나의 존재를 확실하게 해 주는 것이며,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듯 짧은 시간을 통해 상대에게 체감을 주는 행위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나게 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딸들도 인정한 한복선 원장의 대표요리는 각종 가정음식을 포함한 토마토파스타, 시저샐러드, 새우튀김이다. 그에게 음식이란 "삶이며, 직업 그리고 즐거움을 주는 나의 일상"이라 했다.
대학에서 후학 양성을 위해 힘을 쏟는 한복진교 수는 조리기능장이기 때문에 못하는 요리가 없을 정도이다. 특히 일식요리 초밥, 튀김, 조림 요리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요리 연구도 멈춤이 없다. 최근 숭어알로 어란을 처음만들어 성공했다고 자랑한다. 그에게 음식이란 "먹고 사는 근본이고, 생활이며,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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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계의 수많은 업적을 남기신 어머니만큼이나 세 사람 역시 이제까지 각자의 길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살아왔다. 대를 이어 한국음식의 원형이 변하지 않도록 전승, 보존에 힘을 쏟고 있다.
셋이 같은 길을 가고 있기에 너무나 행복한 자매... 그래서 셋이 있을 때 그 빛이 더 빛난다.
그들이 앞으로 바라는 각자 바라는 숙원은 무엇일까. 한복려 원장은 궁중음식전수관이 세계적으로 한국음식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고 궁궐 안에 궁중 음식 식문화 자료관이 만들어 지길 염원한다.
한복선 원장은 이제까지 살아온 것처럼 순리에 맞게, 지금 하는 일에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면서 음식, 시, 민화와 함께 즐거움을 더하는 하루하루를 원하고 있다.
한복진 교수는 2년 후면 정년을 맞게 되는데 그 이후엔 외손자를 키우며 세계 미식여행을 계속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한다. 또 출간에 대한 욕심도 있다. 지난 20여 년간 세계 300여 음식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쌓은 조사연구물을 꼭 책으로 출간하고자 한다.
그들은 어릴 적 자신들이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것처럼 훗날 부모님이 계시는 그곳에서 다시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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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글=이길남 / 사진=이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