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히키코모리가 밖으로 나왔어’(이하 ‘히키코모리’)의 는 히키코모리가 된 사람들과, 다시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등장 인물들의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공감하고 통감할 수 있다는 것이 ‘히키코모리’의 특징이다. 이는 ‘밖으로 나왔다’는 의미가 ‘집’ 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의 작가 이와이 히데토는 16살에서 21살까지 약 5년 동안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 그리고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 사람들을 취재하며 작품의 뼈대를 완성했다. 히데토는 “내 얘기라서 잘 담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내 얘기만 들어갔으면 극이 공감을 자아내기 힘들었겠지만, 내 가족, 지인들, 또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이 작가는 작품 주제에 대해 유쾌한 말투로 조곤조곤 답하다가도, 질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웃음과 형용할 수 없는 적막이 공존하는 가운데 인터뷰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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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_이와이히데토/ 사진=ToruHiraiwav |
A. 그런 해석이 맞는 것 같다. 집안에만 있는 사람과 마음이 닫힌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심각한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일본에도 아직 히키코모리는 많다. 사람들이 나서서 ‘내가 히키코모리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아마 백만 단위로 있을 것이다.
Q. 2003년 초연인 작품인데, 시간이 흘렀고, 한국 공연인데도 이질감 없다
A. 공감이 간다면 다행이다. 사실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국에는 히키모코리가 있나, 없나, 에 대해 의견이 나눠졌다. 아마도 여러 사람의 질문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Q. 5년 동안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지 않았는가. 어떻게 히키코모리가 됐고, 어떻게 밖으로 나오게 됐나
A. 어렸을 때 내 이상(理想)이 컸다. 아마 ‘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때였고, 아버지가 잘 때리고 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한테 맞은 적다. 그때 “내 인생에 엑스트라인 사람이 날 때리다니”라는 생각과 함께 나와 타인이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어떻게 함께 호흡할지 고민하게 됐다. 또, 16살 때 혼자 사회생활을 시작해 중국인 룸메이트와 방을 쓰게 됐다. 그 친구가 정말 특이한 사람이었다. 옷을 다 벗고 방 안을 활보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외국인에게 한 마디도 못하는 제 자신의 모습에서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꼈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히키코모리 생활을 시작했다.
히키코모리를 끝내게 된 것은 영화의 힘이 컸다. 어머니가 나를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케이블TV를 설치해 줬는데, 격투기, 축구, 영화에 관심이 가더라. 격투기를 보면서 ‘덩치 큰 사람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하며 샌드백을 시켜 연습도 하고, 축구를 하기 위해 동창들에게 연락도 하게 됐다. 영화를 보고서는 배우거나 만들고 싶어 영화 관련학교를 가야겠다는 다짐을 들게 했다. 그렇게 히키코모리 생활은 끝이 난 것이다.
Q.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대중 앞에 내놓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만들게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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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두산아트센터 |
예전에 시험 삼아 픽션을 만들었는데 정말 재미가 없었다. 이후 내 얘기와 가족 이야기를 쓰고 났더니 관객들이 공감을 하고 반응하더라. ‘히키코모리’도 내 얘기만 해서 한계가 있어을 뿐 아니라 현실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직접 취재를 해서 담았다. 표현할 수 있는 소재나 내용을 다양한 것 같다.
작품 속 인물 중에 작가가 투영된 인물은?
A. 모리타 토미오.
Q. 한국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를 봤는데, 일본에서 올린 작품과 어떻게 다르던가
A. 물론 달라진 점은 있지만, 내가 작품을 쓴 작가이기 때문에 어떤 공연이 더 좋다, 나빴다 할 수 없을 것 같다. 박근형 연출은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전달한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이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직접 쓴 작품을 무대로 올리다 보면 감정을 표출하지 않으려고 하고, 배우들에게도 억제하라고 한다. 하지만 박 연출은 감정적으로 나타냈더라. 한국 관객이 알기 쉽게 나타냈으며, 배우들의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초반에 배우가 소화기 안전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좋았다. 이 작품이 우리 이야기고, 어려운 얘기가 아닌 쉽게 접할 수 있는 얘기라고 하는 것 같아 좋더라.
Q.결말이 굉장히 열려있다. 상징이나 의도한 것이 있는 것인가
A. 열린 결말로 봐주면 감사하다.(웃음) 마지막 장면이 대단원처럼 확 끝나 버리면 앞에서 이뤄졌던 수많은 장면이, 마치 마지막 장면을 위한 것처럼 보일 위험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관객들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야 마지막 장면까지 다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쿄에서 공연했을 때 많은 관객들이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거야’라고 질문하기도 했지만, 작품이 논문도 아니고 결말을 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Q. 한국 관객들이 연극을 보고 어떤 점을 느꼈으면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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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두산아트센터 |
Q. 한국에는 ‘연극은 시대적 정신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극은 사회의 모습을 많이 비출 뿐 아니라 공연장이 집중돼 있는 대학로도 있다. 일본은 어떤가
A. 굉장히 재밌는 것 같다. 일본도 그런 의식을 가진 분들이 있지만 많지 않은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에 비해서는 많지 않고 한 다섯 명 정도? 생각난다. ‘시대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말을 하는가’ 에 대해서는 한국 작품이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대학로’는 일본에 없다. 소극장과 대극장만 있고 연예인을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어려운 문제를 가끔 다루기는 하지만, 예술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인식 자체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 아닐까.
Q. 한국 관객들이 연극을 보고 어떤 점을 느꼈으면 하는가
A.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나에 주변을 되돌아보고 ‘내가 그랬을까’ ‘왜 선택했을까’를 생각하고 대입했으면 한다. 거울처럼 나를 비춰보고,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