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잘 나가는 음악 장르 중 하나가 바로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내 밴드가 탄생하는가 하면 서울 같은 대도시 클럽은 물론 각종 음악페스티벌에서도 EDM이 빠지지 않는다.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EDM 장르의 생산과 수용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국내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EDM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클럽이다. 무대 중앙에 자리잡은 DJ가 클럽 안에 있는 사람들을 뛰게 하려는 목적으로 신디사이저 같은 장치들을 활용해 비트 강한 노래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연주가 아닌, 전자 장치·기술로 만든 댄스 음악은 모두 EDM으로 묶인다. 특수 효과음을 많이 쓰는 아이돌 음악도 엄밀히 말하면 이 범주에 속한다는 얘기다. EDM 장르에선 보컬보다는 비트가 강조되는 편이다.
EDM 국내 대표주자는 ‘이디오테잎’이다. 디구루가 프로듀서를 맡고, 제제가 신디사이저 연주를, 디알이 드럼을 두드리는 3인조 밴드다. 지난 2011년 정규 1집을 내고, 이듬해 바로 한국대중음악상을 거머쥐었다. 대중과 평단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영국 글래스톤베리, 독일 퓨전, 네덜란드 문디알 등 유럽 6개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돼 올 여름 공연 스케줄이 꽉 차 있다.
이디오테잎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정제된 사운드’다. 리듬과 멜로디에 세련미가 넘친다. 이디오테잎은 여느 일렉트로닉 뮤지션과 달리 사운드를 그때 그때 조립·변형·연주하는 ‘라이브 밴드’다. 이디오테잎이 지난 16일 발매한 앨범 ‘투어스 더 리믹스’는 전작인 2집을 후배 DJ들이 리믹스한 음반이다. 클럽에서도 이디오테잎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독성 있는 비트 덕분에 절로 흥겨워진다.
최근 막을 내린 EDM 축제 ‘울트라뮤직페스티벌’엔 무려 11만명의 관객들이 몰렸다. 이 가운데 외국인 관객이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미국 등 2만 5000여명에 달했다. 최연소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하드웰(Hardwell)을 비롯한 스타 DJ들이 등장하자 현장은 관객들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공식 일정이 종료된 자정 이후엔 행사장 주변 서울 강남 일대 클럽은 대성황을 이뤘고, 때 아닌 차량 정체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울트라뮤직페스티벌의 흥행은 EDM의 부상과 궤를 같이 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변방 장르인 EDM을 전면에 내세운 행사는 실패할 것이란 비관론이 대세였다. 하지만 울트라뮤직페스티벌은 첫해인 2012년을 제외하고 매년 1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EDM 인기가 워낙 좋다보니 펜타포트나 안산M밸리 같은 전통의 록 페스티벌도 EDM을 적극 수용하는 모양새다. 울트라뮤직페스티벌을 찾은 대학생 이승환 씨(24)는 “EDM 없는 페스티벌은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EDM이 뜨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장 원초적인 첨단음악이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되는 비트에 몸을 맡기면 무아지경에 빠진다. EDM이 20~30대 젊은층의 놀이문화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도 한몫한다. 기존 장르와 달리 짧게는 한시간, 길게는 여덟시간 연속 긴장감 높은 음악을 들으면서 고강도로 몸을 흔들어야 한다. EDM하면 클럽이 자동 연상되는 이유다. 이디오테잎의 멤버 디구루(본명 신
기술의 발전은 이렇듯 음악을 생산하고 수용하는 과정도 확 바꿔놓고 있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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