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목적이 듣는 이의 흥을 돋우는 데에 있다면 미국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42)의 첫 내한공연은 완벽했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모인 1만여 관객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린 관객 이재영 씨(32)는 “퍼렐 윌리엄스의 기존 라이브 콘서트와 비교해서도 역대급”이라고 치켜세웠다.
퍼렐 윌리엄스는 통산 1억장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리고 그래미어워즈를 11차례 수상한 기록을 갖고 있는 뮤지션이다. 하지만 이날 그는 청바지와 검은 모자에 하얀 티셔츠를 입은 단촐한 모습이었다. 그는 공연 초반 “오늘 목소리가 좀 쉬었다. 그러니 여러분이 저와 함께 노래를 불러줘야 한다”며 엄살을 피웠다. 처음엔 춤도 격렬하게 추진 않았다. 그저 리듬에 맞춰 몸을 약간 흔드는 정도. 이후 그는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그러자 관객들 사이에서 놀라운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 조용히 노래만 듣고 있던 관객이 점점 ‘떼창’ 대열에 합류했다. 저 멀리 지정석에 앉아있던 이들도 하나둘 일어나 ‘물개박수’를 쳤다. 어느 순간 모든 관객이 퍼렐 윌리엄스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누가 일부러 시킨 것도 아닌데 이날 모인 1만 여명이 일제히 ‘그루브(groove·일종의 흥)’를 탄 것이다. 체조경기장이 거대한 클럽으로 바뀌었다.
급기야 퍼렐 윌리엄스는 흥에 겨운 남녀 관객 30여명을 무대 위에 올려 세웠다. 무대 위로 오를 수 있는 행운을 누린 관객이나 객석에 남은 팬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연신 막춤을 춰댔다. 퍼렐 윌리엄스는 “Korean girls are so hot(한국 여자들은 환상적이네요)”라고 했다. 모두들 까르르 웃었다. 공연장 전체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 모두 퍼렐 윌리엄스 음악과 퍼포먼스의 힘이다.
퍼렐 윌리엄스의 댄스·보컬팀 ‘배(BAE)’도 이날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특히 다섯 멤버들이 선보인 단독 댄스 퍼포먼스가 압권이었다. 힙이나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화려한 군무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퍼렐 윌리엄스는 ‘겟 럭키’ ‘해피’ 같은 히트곡을 내리 불렀다. 퍼렐 윌리엄스 본인도 예상을 뛰어넘는 열기와 환호에 가슴이 먹먹해진듯 인이어를 빼고 엷은 미소를 띄는가 하면 한때 말을 잇지 못했다. 무릎을 굽혀 인사까지 했다.
퍼렐 윌리엄스는 이날 공연의 시작과 끝을 ‘프리덤’이란 노래로 장식했다. 공연 막이 내리기 직전 그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자유(freedom)는 무엇이냐”고 물은 뒤 “자유는 독립과 같은 말이다. 제가 느끼는 그대로 여러분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특유의 폭발적인 가성 창법으로 ‘프리덤’을 외치자 팬들은 그 순간 해방됐다.
퍼렐 윌리엄스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서울에서 여러분과 광복절을 맞게 돼 감사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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