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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하치가 이끄는 아름다운 흰말을 탔고, 몽골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알타이 고원의 외로운 유르테(이동식 집)를 방문했고, 불투명한 젖빛으로 흐르는 급류의 강을 보았다. 세번째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는 생각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다시는 알타이로 가지 않으리라.”
배수아(50)의 여행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이 나왔다. 출판사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6번째 책이다. 몽골어와 투바어를 배우고, 바느질하는 여인들을 지켜보고, 양을 도살하고 고기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광경을 만났던 독특한 체험에 관한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담겼다. 감탄을 자아내는 건, 장엄한 자연과의 만남에 관한 묘사다.
작가는 “비행기가 알타이 지역으로 접어들자 지상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고 털어놓는다. “도시나 부락 등 인간의 힘으로 일구어진 대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그곳은 끝없이 펼쳐진 오직 청회색 빛 스텝 황무지 산악지대였으며, 듬성듬성 흩어진 희고 창백한 구름들 아래로 거인의 주름살처럼 한없이 펼쳐진 험준한 산맥과 기다랗고 시커먼 협곡, 그리고 눈꺼풀을 상실한 커다란 눈동자와 같은 둥근 호수들이 내려다보였다.”
유르테에서 살아보면서 작가는 자연의 맨얼굴과도 조우한다. 이를테면 불과 물의 두려움. “자연에 맨몸으로 내던져진 인간에게 불은 단순히 온기를 피워내는 물질적 대상 그 이상”임을 야크똥을 줍느라 몸의 반을 수그리는 일을 통해 받아들이게 된다.
함께 살아가며 알게된 유목민의 특징은 비교하지 않는 가난이었다. 그가 처음 알타이로 가서 남몰래 큰 충격을 느낀 한 가지는, 구멍 뚫린 낡은 옷을 아무런 문제없이 입고 다니던 유목민들의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들에게 옷이란 예의나 외모의 치장,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자연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은 작가의 삶에 깊이 스며들었다. 알타이에서 만난 작가 갈잔의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투바 유목민은 오늘 존재할 뿐이다. 다음 세대에 우리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평선 아래로 저물어가는 민족이다. 보아라, 저기 태양이 진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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