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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
연극 ‘늘근도둑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서울 코엑스아트홀. 객석에 앉은 20대 직장인 김방은 씨와 50대 어머니는 모처럼 실컷 웃었다. 어머니는 딸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연극을 관람했다. 대통령 취임 특사로 감옥에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이 마지막 한탕을 꿈꾸며 미술관 금고를 터는 코미디극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공연이 끝난 후 어머니는 “TV에서만 보던 배우 박철민을 가까이에서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모처럼 효도해 뿌듯해진 딸은 어머니를 위해 뮤지컬 ‘시카고’ 티켓도 구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 티켓 한 장을 사면 한 장을 무료로 제공하는 ‘원 플러스 원’(1+1) 티켓 사업 덕분에 부담없이 2장을 예매했다.
김씨는 “공연 관람에 흥미를 붙이게 된 어머니가 뮤지컬도 처음 보기로 했다. 그동안 일하느라 바쁘고 돈이 아까워 공연 볼 엄두를 못 내셨는데 원 플러스 원 티켓 덕분에 극장 나들이를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타격을 입은 공연예술계를 지원하는 원 플러스 원 티켓 사업이 관객층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업 주관 기관인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와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전체 구매자 6만4495명(지난 8월 18일~9월 30일) 중 생애 첫 구매자는 1만7257명으로 26.8%를 차지했다. 공연에 관심은 없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증거다.
30대 직장인 최현화 씨도 이 지원 덕분에 지난해부터 보고 싶었던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관람했다. 그는 “스토리를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재미가 있었고 진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공연 마니아들 역시 행복하다. 비용 부담이 줄어 더 많은 작품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정원씨는 연극 ‘프라이드’와 음악극 ‘올드위키드송’, 뮤지컬 ‘인 더 하이츠’ ‘로미오 앤 줄리엣’ ‘형제는 용감했다’ ‘프랑켄슈타인’ 등 25편 티켓을 샀다.
그는 “티켓 비용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평소보다 1.5배 정도 많은 공연을 예매했다. ‘프라이드’와 ‘형제는 용감했다’는 다른 캐스팅으로 2번 봤다. 원 플러스 원 티켓 덕분에 더 많은 공연 관람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관객 유입과 기존 마니아층의 티켓 구입 증가로 공연 제작사들 숨통도 트이고 있다.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전체 객석(176석)의 50%가 원 플러스 원 구매자들이다.
이 공연 제작사는 “1986년 초연 후 지금까지 메르스 기간이 최악의 위기였다. 10명 미만 관객을 두고 공연한 적도 있다. 다행히 정부 지원 사업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도 정부 지원 수혜를 입었다. 원 플러스 원 티켓으로 내놓은 S석 30회차분(11월 26일~12월 20일 충무아트홀, 회당 160석)이 매진됐다.
임학선댄스위 공연 ‘영웅 이순신’(지난 9월 18~19일 아르코예술극장)은 이 지원 사업에 힘입어 무용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매진을 기록했다.
임학선 성균관대 교수는 “무용 관객이 전공자에 한정돼 있었는데 일반 관객들도 많이 왔다. 원 플러스 원 티켓이 무용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실력파 배우 배수빈과 강필석, 정동화가 출연하는 연극 ‘프라이드’(지난 8월 8일~11월 1일 수현재씨어터) 역시 이 사업 덕에 관객이 증가했다.
공연 제작사는 “12월 성수기에 지원 사업이 끝나는데 내년 1~2월 비수기로 연장되거나 그 기간으로 변경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지원 공연을 연극 259개, 뮤지컬 99개, 음악 123개, 전통 17개, 무용 16개, 다원·대중 공연 41
신청 가능한 티켓 가격 상한선이 기존 5만원에서 7만원으로 조정돼 관객 선택 폭도 늘어나게 됐다. 신청할 수 있는 최대 객석 제한도 5회 이하 공연의 경우에는 최대 200석(회당)까지 가능해졌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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