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꽃은 캐릭터다. 캐릭터의 꿈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 닿으며, 그 매력은 오랫동안 마음에 머문다. 한국인이 사랑한 스크린 속 캐럭터는 누구일까.
영화배급사 CJ E&M은 “최고의 남·녀 캐릭터로 ‘아저씨’의 원빈(차태식 역)과 ‘타짜’의 김혜수(정마담 역)가 선정됐다”고 20일 발표했다. CJ가 영화 사업진출 20주년을 맞아 자사 배급작 중 최고의 캐릭터를 뽑는 설문의 결과다. CJ는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총 1만8743명을 대상으로 한국영화 대표 캐릭터 설문을 실시했다.
‘아저씨’의 원빈은 31.4%로 최고의 남자 캐릭터에 뽑혔다. 2위는 ‘베테랑’의 유아인(조태오 역), 3위는 ‘늑대소년’의 송중기(철수)였다. 2010년 개봉한 ‘아저씨’는 국내 617만 관객을 동원하며 원빈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내일만 사는 놈들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나 전당포 한다. 금니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줄게” 등 영화 속 명대사는 코미디와 드라마에 패러디되며 인기를 끌었다. 원빈이 탄창을 갈아끼우며 돌진하거나, 거울을 보며 머리를 미는 모습은 영화의 대표 장면으로 꼽힌다. 진한 비장미와 거친 남성이 어우러진 이 영화는 한국 느와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고 여자 캐릭터는 ‘타짜’의 김혜수(35.5%),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오두리),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금자) 순이었다. 2006년 684만명이 본 ‘타짜’에서 김혜수는 한국영화 상 전무후무한 여성 캐릭터를 완성시켰다는 평이다. 도박판을 조종하는 정 마담으로 분한 그는 섹시하면서 당찬 매력을 선보였다. 대사 “나 이대나온 여자야”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가슴이 훤히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도도하게 담배를 입에 무는 장면은 ‘마담’ 역을 맡은 여배우들이 참고할 정도의 표본이 됐다.
영화에 살짝 등장했는데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씬스틸러’는 누구일까. 네티즌은 최고의 씬스틸러로 ‘타짜’의 김윤석(아귀)을 꼽았다. 이어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의 오달수(달구), ‘써니’의 천우희(본드걸)가 뒤를 이었다. 비정한 도박꾼을 연기한 김윤석은 ‘타짜’에서 원시적 악마성을 보여줬으며, 이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 충무로 대표 주연배우로 올라섰다. 신인이었던 천우희는 ‘써니’에서 소외감에 상처받고 본드에 취한 여고생의 섬뜩한 내면을 표현했으며 이후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가 주연을 맡은 ‘해어화’, ‘곡성’은 개봉을 준비중이다.
깜짝 기쁨을 준 최고의 카메오는 ‘수상한 그녀’의 김수현(젊은 박씨)이 꼽혔다. 2위인 ‘베테랑’의 마동석(아트박스 사장)도 큰 웃음을 줬고, 3위 ‘국제시장’의 유노윤호는 남진으로 분해 구수한 사투리를 들려줬다.
사랑의 기운을 불어넣은 영화 속 최고의 커플도 선정됐다. 1위는 ‘늑대소년’의 송중기·박보영, 2위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정우성·손예진, 3위는 ‘너는 내 운명’ 황정민·전도연 커플이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산업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CGV압구정에서 관객들이 직접 뽑은 20편의 영화를 재상영하는 ‘CJ엔터테인먼트 20주년 특별기획전’을 연다. 이번 기획전은 서울 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과 미국 LA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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