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소설 ‘레 미제라블’의 1862년 초판본에는 헐벗은 어린 코제트가 자기 몸의 몇 배는 되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고 있는 삽화 실리게 된다. 당대의 풍속화가 에밀 바야르가 그린 이 그림은 이후 1985년 뮤지컬 제작자 캐머론 맥킨토시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포스터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고, 오늘날 뮤지컬을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레미제라블’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3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레미제라블’의 포스터에 등장하고 있는 코제트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배경색이 달라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프로덕션 때는 프랑스 국기를 연상시키는 청색, 백색, 적색의 배경이 사용해 포스터로 만들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뮤지컬이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될 때 그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 코제트가 포스터로 나온다는 것이다.
장발장도, 혁명가인 마리우스도 아닌 바로 연약하고 약한 코제트가 ‘레미제라블’ 포스터의 주인공이 된 것은, 코제트가 지니고 있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 |
장발장에게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애의 길을 알려준 사람이 미리엘 주교라면, 코제트는 정직과 법률이 의미하는 냉혹하고 무자비한 세계로부터 인간애와 포용의 세계로 장발장을 인도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매춘부 여인 팡틴의 사생아인 코제트는 테나르디에 부부의 학대를 받으며 살아가다, 탕핀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장발장에게 입양되면서, 그의 딸로 살아가게 된다. 장발장의 입양은 단순한 선행이 아닌, 미리엘 주교가 행하던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애의 길을 실천하는 삶을 깨닫게 됐음을 뜻하는 것이다. 즉 코제트라는 존재는 정직과 법률이 지배하는 냉혹한 세계에 있던 장발장이 인간애와 포용의 세계로 들어섰다는 것을 암시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발장의 딸로서 미리엘 주교의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한 장발장의 뜻과, 민중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자신을 바치기로 한 마리우스의 사상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비록 어린 시절 어머니와 떨어져 여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힘들게 살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인물들에 의해 보호받아온 코제트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간다. 장발장의 딸이자 마리우스의 연인인 코제트는 미리엘 주교의 사명을 받은 인간을 향한 장발장 사랑과 비참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혁명가의 길을 걷는 마리우스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즉 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류애라는 메시지가 코제트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의 전통의상인 한복은 입지 않았으나, 코제트는 2013년 한국 초연과 2015년 재연 포스터에 등장, 강렬한 상징성을 자랑하며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