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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EBS |
극단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그’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나눌 수 있겠다. 적어도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그 이름, 바로 번개맨이다.
‘뽀통령’ 뽀로로를 졸업한 아이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번개맨의 세계에 ‘입문’한다. TV에서 번개맨이 하는 날과 하지 않는 날을 헤아리며 요일을 익힌다. 남아용으로만 제작된 번개맨 수트를 입고싶어 하는 여아들이 워낙 많다 보니 직접 망토를 제작해 딸의 목에 걸어주는 엄마들도 적지 않단다. 요즘엔 번개맨의 ‘여사친(여자사람친구)’ 번개걸 캐릭터 수트가 나와 인기다.
‘번개맨’은 EBS 교육방송 ‘모여라 딩동댕’ 공개방송의 한 꼭지로, 지난 2000년 탄생한 토종 캐릭터다. 악당 ‘나잘난’, ‘너잘란’으로부터 어린이들을 구하는데 교육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어 아이들이 번개맨에 빠지는 게 한편으론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근에는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서준이가 번개맨을 직접 만난 장면이 전파를 타 화제가 됐다.
16년째 아이들의 영웅으로 사랑받는 번개맨은 1대 서주성에 이어 2013년부터 뮤지컬 배우 서지훈이 배턴을 이어받아 활약하고 있다. 개그맨 김영철이 희대의 유행어 “힘을 내요 슈퍼파월~”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면 서지훈 역시 “번개~파워!” 한 마디로 어린이뮤지컬계를 평정한 셈이다.
새해를 맞아 한 살 더 먹은 번개맨의 고민과 꿈, 그리고 번개맨 수트 뒤에 감춰진 배우 서지훈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난 8일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번개맨의 비밀4:번개맨과 비밀의 문’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를 만났다.
“찾아오시는 분들 중 연예인도 많이 있어요. 이미 기사화 된 이영애씨, 이휘재씨네 쌍둥이를 비롯해 박명수씨도 딸 민서 양을 데리고 오셨었죠. 뮤지컬을 같이 했던 김정민형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적이 있고요. 더잘난, 땡이 등의 캐릭터를 연기하시는 분들 중 개그맨 공채 출신이 많아 그분들의 동료 개그맨들도 많이 찾아오시죠. 김학도씨도 아이 데리고 오셨어요.”
실제로 아이들 둔 연예인 엄마아빠들에게는 번개맨이 슈퍼스타다. 그는 “연예인들도 일반 부모와 같은 입장이다. 일단 남는 게 사진이니까 정말 많이 찍어 가신다”며 웃었다.
10년 넘게 뮤지컬계에서 잔뼈 굵은 서지훈이지만, 2대 번개맨으로 발탁된 건 어쩌면 운명이었다. 개인적으론 뮤지컬업계 환경의 변화에서 제2의 길을 모색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저 역시 고민했죠. 하지만 번개맨이란 캐릭터가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아이들에게 영향력이 크다는 말을 듣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방송뿐 아니라 뮤지컬도 있기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그가 번개맨을 만난 시기는, 번개맨이 사업적으로 번창하던 때와 궤를 같이 한다. 현재 번개맨은 국내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도 포맷 수출이 완료된 상태다. “처음부터 흥행이 워낙 잘 되서 다른 대형 뮤지컬 배우들도 놀랐을 정도였어요. 다른 어린이 프로그램이었다면 안 했을겁니다.”
그의 번개맨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아이들에게 많이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고 유익한 내용을 전달한다는 취지를 부모님들이 알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 ‘믿고 보는 공연’이라는 평이 가장 좋아요.”
내 생애 누군가의 ‘영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그이지만 지금은 수많은 아이들의 영웅이 됐다. 이에 대해 서지훈은 “맡은 배역이 영웅인거지, 실제로 영웅은 아니다”라며 손사레쳤다.
그렇지만 막중한 책임감은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아이들이 바라보는 영웅이니까 책임감이 많이 따르죠. 번개맨 분장을 하지 않았을 때는 거의 아이들이 알아보지 못하지만 분장을 하고 아이들을 만날 때는 번개맨으로써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번개맨 분장을 한 서지훈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아이들이 몰려든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는 듯 하다. 가히 ‘유·아동계의 유재석’이다.
“EBS 안전캠페인 영상을 찍기 위해 어느 아파트 놀이터 단지에서 촬영한 적이 있어요. 분명 한적한 단지에서 촬영했는데 촬영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촬영하는데 생각보다 애를 먹었죠 하하.”
번개맨이 슈퍼맨이나 배트맨 등 기존 히어로와 다른 점은 악당을 물리쳐주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점이다. 그는 “번개맨이 아이들의 사소한 어려움을 해결해주곤 하는데, 전지적 능력을 갖고 있으니까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많은 아이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지금은 번개맨에 열광하던 아이들도 조금 더 크면 왠지 유치하게 느끼거나, 번개맨에 빠졌던 자신의 모습을 쑥스러워할 법도 하다. 배신감 혹은 서운한 감정이 들진 않느냐 묻자 서지훈은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어려서 번개맨을 좋아하던 아이들이 이제 스마트폰 하는 나이가 됐죠. 어떤 기사를 보니 ‘어렸을 땐 번개맨이 세상에서 제일 센 줄 알았는데 흐흐’ 이런 댓글이 달려 있더라고요(웃음). 그건 너무 당연한 변화인 것 같아요. 저 또한 태권브이가 제일 센 줄 알았는걸요.”
그는 “그 아이들이 자라고 나면, 또 더 어린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고. 나에게 아이들은 늘 그대로 있는 느낌”이라며 “우리도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삐쭉 솟은 머리와 파란색 쫄쫄이, 은색 망토와 선글라스를 벗는 순간 아이들의 환호도 사라진다. 마치 마법처럼 일반인으로 돌아오는 변화가 “허탈하기보단 편안하다”는 그는 번개맨을 통해 맞은 제2의 전성기에도 불구, 종종 배우로서의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실제로 어린이 뮤지컬로 ‘전직’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번개맨에 올인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과거 뮤지컬 ‘원효’, ‘내사랑 내곁에’, ‘잭 더 리퍼’, ‘삼총사’ 등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연기했던 만큼 본업인 성인 뮤지컬과의 사이에서 갈등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번개맨으로서 활동하면서 다른 작업(공연)은 거의 병행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에요. 물론 새해에도 번개맨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번개맨으로서 그리고 배우 서지훈으로서도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겁니다. 한 가지에만 올인하면 거기에 안주하기 쉽거든요. 다양한 것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한 살 더 먹은 번개맨의 고민은 무엇일까.
“세월의 변화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번개맨의 이미지가 젊고 힘찬 이미지잖아요. 늘 에너지 넘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극중에서 하는 역할이 단순하다는 점도 고민입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좋은데 어른들이 보기에는 좀 유치해 보이는 게 사실이거든요. 위험한 시기에 문제를 해결하고 정리해주는 그런 역할이 반복되고 있는데, 매회 똑같지 않으려고 늘 다짐하죠. 봄 개편을 통해 달라질 모습도 기대해주세요.”
번개맨으로서의 꿈도 덧붙였다. “번개맨의 꿈은 아이들이 밝게 잘 자라는 것이죠. 번개맨이라는 캐릭터를 사람들이 많이 알고, 더 많은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어른들이 파워레인저를 좋아하지는 않아도 캐릭터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번개맨을 보지 않더라도 번개맨이라는 캐릭터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주셨으면 싶어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20~30대들도 번개맨을 인지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올 2월 스크린 쪽에서도 영화 ‘번개맨’이 개봉된다. 서지훈은 “영화에선 다른 배우가 번개맨으로 활약하게 되지만 TV 속 번개맨과 더불어 영화 속 번개맨도 많이 사랑해달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지인의 부탁을 전했다. “번개맨에 푹 빠진 아이가 계속 번개맨 옷만 입고 있겠다고 한대요. 심지어 잘 때도 번개맨 수트를 벗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은 서지훈이 명쾌한 답을 내놨다. “어머님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옷을 하나 더 구매하시는 게 나을 거란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하하. 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 디지털뉴스국 이정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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