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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영은 지난해 9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60회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1949년 이래 열린 60차례 대회 중 절반 이상 1위를 지목하지 않았을 만큼 까다로운 심사로 정평이 난 대회로 피아노 거장 알프레트 브렌델,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을 배출했다. 그는 “아시아 출신 우승자가 처음이라 주최측에서도 경비 문제로 고민이 많대요. 그래서인지 한번 (이탈리아로) 부를 때 연주도 몰아서 많이 시키더군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우승 후 전 세계를 돌며 연주하느라 바빴던 그가 드디어 26일 부천필하모닉 정기연주회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음악에 집중하는 이번 공연에서 그가 협연하는 곡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다.
“(우승은) 하나의 시작일 뿐이죠.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단 그냥 훌륭한 연주 기회를 많이 얻게 돼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담담한 표정으로 말하지만 사실 이번 결과는 오직 피아노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그간의 시간에 대한 뜻깊은 보상이다.
전남 여수에서 나고 자라 13살 때까지 자그마한 동네 피아노 학원에 틀어박혀 연습하는 게 전부였던 시골 소녀는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일생의 중대한 결심을 내린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그저 피아노를 치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 뒀어요. 다행히 부모님께선 믿고 응원해주셨죠.” 고향 사람들의 우려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덕분에 연습할 시간은 충분했죠, 하하.” 이때 지금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수원시향 상임지휘자)을 만난 그는 이후 묵묵히 피아노에 열중하며 한예종에 입학했고, 독일 에틀링겐 청소년 피아노콩쿠르 1위,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1위의 결실을 얻었다.
소녀 같은 외모 속에 누구보다 독한 기질이 다분하다. “단 한번도 무대 위 연주에 제대로 만족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하루에 7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완벽주의자다. 어린 나이지만 음악에 대한 주관도 뚜렷하다. “아무리 여러 번 쳐도 불편한 곡이 있고 처음 쳐도 편안한 곡이 있어요.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등 독일 작곡가들의 음악이 제겐 꼭 맞아요.” 조성진과 함께 지난해 쇼팽 콩쿠르에 진출한 한국인 9명 중 하나지만 부조니 콩쿠르 우승 후 출전을 접었다. 후회는 없냐고 묻자 그는 “전혀요. 쇼팽의 음악은 유독 건드리기 어렵고 불편한 대상이에요”라고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라벨 협주곡은 “처음 해보는데 곡이 재미있어 열심히 연습 중”이란다.
섬세하고 ‘디테일’에 능한 연주자라는 평을 듣는 그는 요즘 선배 여성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에 매료돼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확실히 달라요. 여성스럽고, 섬세하죠.” 세계적인 여성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하스킬이나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연주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피아노 외의 관심사를 묻
공연은 26일 부천시민회관. (032)625-8330
[오신혜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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