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인도여행에서 생긴 일을 무대 위에 올린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그 흔한 스타마케팅도 없고, 화려한 무대로 시선을 잡아끄는 것도 아니다. 소박하고 평범한 남자들의 2인극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시작되는 아트원시어터에는 ‘인디아 블로그’를 보기 위한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인디아 블로그’는 2011년 초연에서 ‘인도 청춘을 말하다’라는 부제의 시즌1과, 2012년 ‘인도, 사랑을 노래하다’라는 부제의 시즌2, 두 가지 버전이 있다. 2016년 ‘인디아 블로그’는 인도여행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인도여행 이야기를 담으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인디아 블로그’의 내용은 간단하다. 서로 다른 이유로 인도를 찾은 두 사람이 우연한 인연으로 맺어지면서 함께 여행을 다니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에피소드1의 주인공은 사랑을 찾아 인도로 온 혁진(전석호 분)과 또다시 인도를 찾은 찬영(박동욱 분)이다. 비행기에서 처음 만난 둘은 인도의 여러 도시를 함께 여행하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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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으로 이뤄진 에피소드2은 가상의 이야기가 가미된 에피소드1보다 조금 더 솔직하다. 배우의 실제 이름을 배역 이름으로 사용하며 리얼리티를 더한 에피소드2는 인생에서 한 번쯤 고민해 보았을 ‘내 길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한다. 음악인으로서 진로의 고민을 안고 인도로 온 다흰(김다흰 분)과 아버지에게 등 떠밀려 인도로 첫 여행을 오게 된 승범(임승범 분)은 만나고 헤어지면서 여행의 의미를 찾는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희한하게도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에는 “아 나도 인도가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와 같은 관객의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여행조장연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인디아 블로그’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조용히 매진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인디아 블로그’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 중 하나는 공연을 통해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무대로 들어가기 전 짜이티백을 주며, 인도의 차를 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으며, 공연장을 가득 채운 인도의 소품들, 그리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이국의 향과 후끈후끈한 공연장의 온도는 실제 인도의 한 건물을 들어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해 준다.
친구가 여행이야기를 전해주듯 일상적이면서도 소소한 이야기들도 ‘인디아 블로그’에서 득으로 작용했다. 특별한 사건이나 놀라운 일들이 없기에 한 번 쯤 해외로 여행을 갔다 온 관객들은 공감을, 가본 적 없는 이들에게는 앞으로 겪을 여행에 대해 실감나는 상상을 전해주는 것이다.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줄인 것도 ‘인디아 블로그’의 인기 요인 중 하나이다. 터번을 쓴 배우들은 입구에 서서 친절하게 관객들을 맞이한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관객들에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좌석 위치를 알려주기도 한다. 시작 전부터 관객과 심리적 거리를 좁힌 ‘인디아 블로그’의 배우들은 공연 중에도 관객에게 말을 걸고 극으로 끌어들인다. 이 같은 매력은 갠지스강에서 디아를 띄우고 소원을 비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디아가 흘러가는 갠지스강이 된 관객들은 배우와 함께 소원을 빌면서 공간과 극 사이 깊은 유대감을 형성시킨다. 이 같은 시간을 거친 관객들은 어느덧 공연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펴 ‘인디아 블로그’는 오는 2월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