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연극 ‘렛미인’에서 가장 빛났던 것은 수준급의 무대 미술도 아니고, 뱀파이어 일라이와 오스카의 사랑이야기도 아닌, 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렛미인’의 캐스팅이 공개되고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박소담을 제외하고 주인공인 일라이와 오스카를 연기할 배우들 대부분 무대 위에서 낯선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오스카 역의 오승환은 연기 경력이 없었던 완전 초짜였으며, 또 다른 캐스팅 안승균은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도 프로필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일라이 역으로 캐스팅 된 이은지 역시 ‘렛미인’ 전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신선한 얼굴에 가까웠으며, 또 다른 일라이 박소담의 경우 영화 ‘검은사제들’로 연기는 인정받았으나, 데뷔 후 첫 연극도전인 만큼 무대 위에서의 활약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는 물론이고 비영어권에서 처음으로 막을 올린 ‘렛미인’의 신인 캐스팅은 극의 흥행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속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었다지만, 이 같은 ‘렛미인’의 도전은 ‘과감’을 넘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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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영화 ‘렛미인’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렛미인’은 신비로운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자신과 친구가 돼 준 일라이를 사랑하게 되는 왕따 소년 오스카가 주인공이다. 이은지가 연기하는 일라이가 인간 같지 않은 뱀파이어 소녀의 신비함을 부각시켰다면, 박소담이 연기하는 일라이는 조금 더 또래 소녀 같은 사랑스러움이 강하다. 안승균과 오승훈이 표현하는 오스카 역시 그 매력이 다르다. 안승균의 오스카가 좀 더 우울하고 자기 방어적이라면, 오승훈의 오스카는 애정결핍과 폭력에 시달려 외로움을 느끼는 소년의 느낌을 전해준다.
‘렛미인’이 새로운 얼굴을 발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연출가 존 티파니의 영향이 컸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만큼 배우에 대한 사정 정보도 없었고, 이에 따라 오디션을 열었을 때 캐스팅에 가장 기본적인 ‘연기’와 ‘캐릭터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괴물신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박소담마저 오디션 당시에는 무명의 신인에 가까웠으며, ‘검은사제들’의 흥행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실제 존 티파니 연출은 “가장 순수했던 오디션이었다. 배우에 대해 사전 정보가 없었기에, 온전히 배우들의 에너지와 캐릭터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디션에서 뽑은 후에 박소담이 유명인사라는 것을 알게 됐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원작 영화의 팬이 많은 만큼 ‘렛미인’에 대한 호불이 나뉠 수도 있다. 무대에 올리는 것은 배우와 연출의 몫이지만, 이를 느끼는 영역은 관객의 몫이니까.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신인 같지 않은 신인들의 연기로 극은 한층 풍성해 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들이 나갈 미래가 궁금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