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서민교 기자] 산만하다. 음악도 없다. 사방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정신이 없다. 몰입도는 당연히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상한 끌림이 있다. 말소리의 진동에 긴장감도 조여든다. 그들이 던지는 물음에 귀가 쏠린다.
연극 ‘자유 From B to C’는 1961년 사회주의국가에서 ‘자유’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 폴란드 국민작가 슬라보미르의 ‘스트립티즈’(1961년)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현대인들의 공간, 시간적 제약 속에서 ‘선택의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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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자유 From B to C". 사진=서민교 기자 |
국회의원 예비자후보(정수연 분), 손해사정사(전호현 분), 전도사 김정우(김현기 분), 청년 장사꾼(김희준 분), 형사(김지운 분), 천문학자(강혜련 분), 작가(최아령 분)가 한 공간에 모여 있다.
갑작스러운 암전. 그들은 방황한다. 혼돈 그 자체다. 이후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문 밖으로 나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한 발을 내딛지 못한다. 내가 의지해야 할 누군가를 찾는다. 마치 스스로 선택적 자유를 거부하듯 무언가에 조종을 당한다.
“여기 우리밖에 없나요? 밖에 뭐가 있긴 한 것 같은데….”
머뭇거리는 사이 다시 문이 닫힌다. 다시 찾아온 혼돈의 시간. 그들은 안간힘을 써도 나갈 수 없다. 그 공간에 갇힌 채 TV, 인터넷, 책 등의 정보에 홀려 조종을 당한다. 다시 열린 문 밖으로 누가 나갈 수 있을까.
그들은 미친 듯이 뛴다. 그리고 작가의 독백. “자기가 어디로 뛰는지 왜 뛰는지도 모른 채 우린 뛰고 있어. 그냥 미친 듯이 뛰는 거야.” 이어진 극 중 마지막 국회의원 예비자후보의 청년 장사꾼을 향한 한 마디. “너무 열심히 하지 말지. 그냥 살지.”
연극 ‘자유 From B to C’는 수많은 선택과 다양성이 존재하는 지금, ‘나의 삶은 자유로운가?’ ‘우리에게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류미 연출은 “원작에서 나오는 사회주의 국가를 하나의 공간으로 본다면 국가의 문이 닫히면 권력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작품도 똑같다. 똑같이 획일화된 것을 요구하는 사회 구성원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과연 자유는 있는가”라고 묻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모든 연기가 즉흥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정해진 극의 규칙은 없다. 대본도 없다. 당연히 매번 무대가 다르다. 상황도 대사도 다르다. 관객석과 무대가 분리되지 않고 한 평면상으로 구성된 수평적 방식을 추구한다. 누가 관객이고 누가 배우인지 모른다.
7일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열린 시연에서 관객 사이에 앉아 시연을 본 류미 연출은 “인물은 변하지 않지만, 누구를 만나고 어떤 상황을 만나느냐에 따라 대사는 매일매일 달라진다. 연출인 나도 공연을 보면서 굉장히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처음 듣는 대사가 많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호기심을 유발했다.
매번 새로운 공연을 볼 수 있는 선택적 자유는 열려 있다. 연극 ‘자유 From B to C’는 오는 12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서민교 기자 11coolguy@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