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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잊지 말아요 |
이제 관객은 어설픈 신작 멜로를 보고나와 뒤늦게 후회하길 꺼린다. 그럴바엔 차라리 잘 만든 명작 멜로를 다시 본다는 것인데, 그 변곡점은 국내 극장가에 유행처럼 불기 시작한 재개봉 멜로 붐이다. 시간이 흘러도 쇄신이 난망한 한국 멜로 자체의 낮은 완성도와 관객 연령대별 변화도 한 몫 하고 있다.
◆원인 하나, 민망한 작품성
올 초 가장 먼저 선보인 멜로는 ‘나를 잊지 말아요’(1월 7일)였다. 멜로 귀재 정우성과 우수에 찬 김하늘의 마주 선 포스터는 관객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완성도는 현저히 낮았다. 장면을 이어가는 서사는 엉성했고 두 남녀의 교감은 좀체 몰입이 힘들었다. 정통 멜로의 진부함을 떨쳐내고자 미스터리를 이래저래 뒤섞었지만 빈약한 만듦새를 무마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는 고스란히 흥행 참패(43만 명)로 이어졌다.
뒤이어 개봉한 ‘그날의 분위기’(1월 14일)도 매한가지였다. 새로울 게 없는 ‘원나잇’ 소재를 메우기엔 헐거운 지점이 가득했다. 미남 배우 유연석과 톡톡튀는 문채원의 앙상블도 103분의 러닝타임을 끌고가기엔 버거웠다. 65만 명이란 저조한 성적은 이에 대한 관객의 응답이었다.
2월 25일 개봉한 ‘남과 여’의 부진(20만 명)은 더 암담하다. 고전풍 정통 멜로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함을 새삼 확인해준 영화였다. 핀란드의 매혹적인 설경 아래 펼쳐진 스타 배우 전도연과 공유의 열연조차 장르적 한계와 부족한 작품성을 극복하진 못했고, 관객은 등을 돌렸다.
◆원인 둘, 재개봉 멜로의 저력
‘건축학개론’(2012·411만 명) 이래 그럴싸한 멜로 한 편 못 나오는 현실 속에서 그 틈을 파고드는 건 검증된 재개봉 멜로(대게 해외 영화)다. 20대 이하 젊은 관객들에겐 이들 영화 자체가 신작처럼 받아들여지는 터라 국내 신작 멜로가 호소할 수 있는 공간도 더욱 좁아졌다.
‘이터널 선샤인’(2004)은 지난해 11월 5일 다시 한 번 개봉해 연초까지 49만4536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제77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쥔 이 영화는 이별한 연인의 기억을 지워감에 따라 외려 더 깊어지는 사랑을 그려낸다. 주인공 머릿 속을 들여다 보는 듯한 감각적인 영상미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널리 주목받았다. 촘촘한 만듦새와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 등 어느하나 흠잡을 데 없는 수작이다.
이와이 ?지가 연출한 ‘러브레터’(1995)도 무려 세 번째 개봉(1월 14일)임에도 7만4303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바다. 관객과 평단을 아우르며 참신한 서사와 그림 같은 영상미로 인기를 끌었고, 그 명성은 고스란히 신구 관객을 극장가로 한데 모은 동인이 됐다. 이달 17일에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이, 30일에는 ‘비포 선라이즈’(1995)가 20년 만에 관객을 맞을 예정으로, 개봉을 앞둔 한국 멜로물로선 악재다.
◆원인 셋, 관객층 변화도 한 몫
신작 멜로물의 수난은 관객 연령층 변화와도 맞물린다. 사랑 이야기의 주된 수요층이던 20대 관객이 전체 비율 면에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영화 관객 중 60.6%를 차지했던 20대는 지난해 35%로 대폭 줄었다. 30대 관객도 마찬가지로, 2011년 33.0%에서 2015년 28.3%로 점점 감소 추세다.
이에 반해 40~50대 관객은 저출산과 인구고령화와 맞물려 외려 늘고 있는 모습이다. 2011년 전체 관객 중 25.1%를 차지했던 40~50대 관객은 2015년 31.5%로 늘었으며 이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 멜로계에 중대한 과제를 던진다. 재개봉 명작에 버금가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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