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서커스예술에 있어 대한민국은 불모지와 같다. 해외 유명 단체들의 공연은 성황리에 진행되는 반면, 국내 서커스에 대한 관심은 시들하다. 서커스를 표방한 국내 예술단체는 동춘서커스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귀하며, 작년 4월 개관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서커스전문가 양성에 나서며 서커스예술의 부흥을 꿈꾸고 있지만,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서커스가 국내 공연시장에서 도태된 예술이라고 말하기에는 태양의 서커스가 선보인 ‘퀴담’의 성적이 너무나도 월등하다. 지난 2007년 국내 초연 당시 9주 연속 예매사이트 공연 랭킹 1위를 차지하며 최단시간에 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2015년 공연 역시 기간 내내 예매 랭킹 1위를 차지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2015년 공연의 경우 심지어 본래 한국 공연 종료일에서 일주일 연장공연을 하기도 했다.
태양의 서커스가 월드투어를 다닌 여러 국가 중에서도 가장 큰 흥행을 거둔 국가 중 하나로 대한민국이 꼽힐 만큼 서커스 ‘퀴담’을 향한 국내 관객들의 호응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태양의 서커스에 뜨겁게 환호했던 관객들은 왜 국내 서커스예술에 냉담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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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거리예술창작지원센터 |
서커스의 부흥을 위한 ‘한국형 서커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태양의 서커스가 거둔 흥행은 국내 서커스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의 성공 이후 동춘서커스의 서커스는 스토리텔링 요소가 가미됐으며, 이후 추후 만들어지는 서커스에서도 극대화 된 신체적 움직임과 더불어 예술성의 강화가 주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작년 4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진행됐던 서커스 음악극 ‘사물이야기’는 앞으로 나가야 하는 한국형 서커스의 미래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과 호주의 공동창작품인 ‘사물이야기’는 꽹과리·북·장구·징 등 네 악기의 상징성과 동서남북 사방신(청룡·백호·주작·현무)과 오방색을 모티브로 한 신화 이야기에서 출발, 호주의 현대서커스와 한국 전통 연희를 어우르고, 재즈와 국악을 어우르면서 눈길을 끌었다.
예술성을 강화한 새로운 작품개발과 더불어 인재를 양성하는 것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의 신체를 직접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만큼 서커스는 다른 공연 중에서도 어린 나이에서부터 몸을 단련시켜야 하는 공연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동춘서커스의 박세환 대표는 “서커스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몸이 유연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무대 위에 오르기까지 적어도 6년 이상 정도의 훈련기간이 필요하다. 사실 제일 좋은 것은 14살 때 배우가 돼 25살 때 은퇴를 하는 것이다. 체조선수와 비슷한 것”이라며 “후계자 양성을 두세 번 했는데 다 실패했다. 서커스가 한국에 있고 없고는 후계자 양성에 따라 달라진다. 후계자가 없으면 하나의 장르가 문 닫게 된다. 예술의 한 장르가 문을 닫게 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동춘서커스와 함께 ‘한국형 서커스’ 제작을 위해 노력 중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또한 전문인 양성의 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및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서커스 일반인 예술교육과정과 전문가 양성을 위한 기초, 심화 과정이 마련된 서울거리예술창장센터는 심화과정 참가자들에 한해 4주간 프랑스 해외연수를 보내주기도 한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서커스예술 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문화재단의 조동희 축제기획팀장은 “한국형 서커스의 부흥을 위해서는 해외의 현대 서커스가 발전해온 과정을 참고해 무용, 음악, 연극, 미디어 등 다른 장르와의 창작 교류와 융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도전과 실험이 필요하다”며 “국내 서커스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창작 단체들과의 정기적인 워크숍 등 서커스 관련 단체 및 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고 강조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