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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 무너진 블록 |
그런 빌룬은 그 자체로 장난감 별천지다. 레고랜드 성은 이 마을 풍광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빨간 타일을 지붕 삼은 노란 벽돌집들은 레고거리의 명물로 손꼽힌다. 레고 본부 내부도 마찬가지로, 전 회의실엔 블록으로 가득한 투명 플라스틱 사발이 놓여 있다. 매 직원들 책상마다 레고 작품이 전시돼 있는 건 물론이다.
실제로 레고는 힘이 세다. 한 해 전 세계 7500만 명이 구매하고 연간 2억 박스가 팔려나간다. 영국 컨설팅회사 ‘브랜드파이낸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12개를 골랐고 1위로 레고로 선정했다. 창립 84년 째를 맞은 이 장수기업은 지난해 전년대비 25%가 오른 52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10년 연속 매출 증가롤 기록중이다
레고가 창립된 건 1932년. 당시엔 조그마한 신생업체로, 빌룬 또한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오두막 몇 채가 철로를 따라 흩어진 게 전부이고, 농부들은 황야에서 힘겹게 삶을 일궜다. ‘어떤 것도 자랄 수 없는 황량한 열차 정거장’이라는 말도 이때 나왔다. 가뜩이나 대공황의 여파가 불어닥치자 지역 경제는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도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유틀란트 평야의 이 작은 공방을 전 세계 놀이방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레고’라는 사명(社名)은 창립 2년 뒤에 지었는데, ‘leg godt(잘 놀아요)’의 앞 두 글자 ‘le’와 ‘go’를 조합했다. 올레 키르크는 특유의 통찰로 회사가 직면한 대공황과 글로벌 불경기를 돌파해나갔다.
그 통찰은 간단명료한 것이었다. ‘어려운 때일수록 부모들은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려 한다.’ 그는 ‘좋은 놀이’야 말로 아이들이 창의성을 키우고 어른이 돼서도 풍성한 삶을 누리게 할 원천이 된다고 봤다. 그래서 이를 회사의 기본 철학으로 내세우며, 향후 레고가 한 세기 가까이 전 세계를 풍미하게끔 만들었다.
레고는 초창기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끈질기게 실험했다. 때로는 검증 안 된 기술에 통 큰 배팅도 했는데, 1946년 도입한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 대표적이다. 2세대 코트프레드는 이 기계로 회사 제품 방향에 혁신을 몰고온다. 회사 제품군의 90%를 차지하던 나무 장난감 제조를 포기하고, 플라스틱 블록이라는 단 하나의 영역에 몰입한다.
그의 생각은 이랬다. ‘대안이 너무 많으면 새로운 종류의 놀이 경험을 창출하려는 초기 노력을 압도할지 모른다. 줄임으로써 실은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그는 레고 시스템이 긴밀한 제약 아래서도 충분히 혁신하리라 봤다. 그 생각은 주효했다. 향후 ‘블록 안에서(inside the brick)’ 탄생한 레고 제품은 전 세계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물론 부침이 없었던 건 아니다. 1~2세대의 혁신 원칙을 망각한 게 화근이었다. 1998년 창립 이후 최초로 대규모 손실을 겪고 새 경영진을 내세우지만, 대대적인 혁신에도 도 불구하고 2004년에 폐업 직전까지 내몰린다. 아이러니한 건 이들이 성공과 혁신 노력에 게으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려 누구보다 부지런히 투자했고 혁신했다.
문제는 속도와 방향조절이었다. 올레 키르크와 코트프레드의 초창기 혁신 원칙을 간과한 게 문제였다. 변화의 당위에만 매몰되어 무분별한 혁신에만 집중했고, 초창기의 핵심 가치를 외면했다. 이른바 ‘차곡차곡(birck by brick)’ 하지 못했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였다면 “혁신은 잡다한 것들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일침했을 테다.
이 책엔 레고의 탄생과 성장, 이 회사가 겪은 위기와 극복기 등이 총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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