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훌륭한 왕이지만 늘 고통 받고. 열심히 일했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왕. 한땐 멋지고 믿음직한 아버지였는데. 늘 자식들만 생각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쓸쓸하고, 고독하다. 변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변모해가는 성향에 대해 무겁고, 또 날카롭게 그렸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또 무언가를 세일즈한 아버지와, 그의 아내, 자녀들 등 주변 인물들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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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작품은 1949년 초연된 아서 밀러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지만, 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34살인데도 변변한 직장이 없는 비프와. 그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윌리의 모습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와,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 세대인의 모습과 크게 맞닿아 있다. 또, 한평생을 다 바쳐, 내 집을 마련하고,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부모의 모습 역시, 공감을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월리의 기억에 따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과정은,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와 닿게 한다. 인물 각각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니, 이들 관계에 처연함마저 든다. 말로는 ‘한심하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걱정’인 것을, ‘나가겠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관심 좀 가져달라’는 호소인 것을.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소리치지만, 사실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표현인 것을. 관객의 입장, 제 3자가 되니 명확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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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공허함이나, 이기적인 잔인함, 사회 속 고립감이 밑바탕에 깔려 일어 한 없이 무겁고 진지하다. 때문에 한 치도 순간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돈다. 나긋나긋하지만, 반전의 장면이 펼쳐지고, 격분과 뜨거움이 오가지만, 이내 냉랭해지고, 잔잔해진다.
특히 손진환, 예수정, 이승주, 박용우, 이문수, 이남희 등의 배우는, 입증된 연기력으로 작품 속 인물 간의 첨예한 감정대립과 분열을 안정되게 표현했다. 때문에 무대나, 배우, 표정이나 몸짓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되새길수록, ‘세일즈 맨의 죽음’의 깊은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아서 밀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태숙 연출 작품이다. 오는 5월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