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예술이다" 피아노로봇 테오 vs 인간 연주 배틀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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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감성'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예술 분야에서도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인간과 로봇이 피아노 연주로 대결하는 독특한 공연이 16일 경기도 분당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펼쳐졌습니다.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 공연은 경기도 성남문화재단과 성남교육지원청이 지역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문화예술교육주간 사업'으로 성남형교육 과정과 연계해 마련한 것입니다.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20일까지 총 9차례 선보입니다.
성남지역 초등학교 6학년 전 학생 8천800여명이 단체관람합니다. 1인당 1만원인 공연 티켓은 성남시가 운영하는 성남형 교육지원단에서 지원합니다.
공연은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와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가 같은 곡을 각자의 스타일로 연주하고 상대방의 연주를 평가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70분간 진행됐습니다.
로봇 테오는 연주 프로그램에 미리 저장된 '악보에 충실한, 정확한 연주'를, 피아니스트 프로세다는 작곡가의 의도 등을 이해하는 '자신만의 감성과 해석을 반영한 인간적인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두 피아니스트는 쇼팽의 녹턴 op.0 No.2, 스카를라티의 피아노 소나타 K.427,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쇼팽의 에퀴드, 라흐마니노프의 왕벌 비행 등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곡을 연주했습니다.
무대 중간중간 사회자의 재미있는 토크가 결들여졌습니다. 인간과 로봇 피아니스트는 서로의 연주를 평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장점을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로봇 테오는 사회자가 로베르토 연주에 대한 감상평을 묻자 "난, 완벽한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이 시대의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피아니스트다. 정확한 연주는 작곡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로베르토는 악보와 너무 다르게 연주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로베르토는 "테오는 실수 없이 정확하게 칠 수는 있지만, 강약과 템포를 조절할 수 없고 무엇보다 인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해 관객과 소통할 수 없어 감동을 전달할 수 없다"고 로봇 피아니스트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공연을 본 보평초교 6학년 임모 군은 "로봇이 잘 치긴 했어도 좀 딱딱하게 들렸다"며 "사람이 친 연주는 강약을 조절해 듣기 편해 훨씬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로봇 테오는 공연 중간중간 사회자나 로베르토의 질문에 답했지만, 이는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결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달리 미리 입력된 답을 성우 입을 빌어 우리 말로 전하는 형태에 그쳐 로봇의 감성 구현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국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들이 꾸민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은 2012년 3월부터 이탈리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화제를 모아왔습니다.
테오는 2012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테오의 머리인 연주 프로그램에는 143명 작곡가의 800여개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습니다.
피아노 건반을 정확히 내려쳐 바른 음을 낼 수 있도록 53개의 손가락을 갖추고 있습니다. 건반 바로 위에 설치돼 악보에 맞춰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른 연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테오는 낭만적인 음악보다는 리드미컬한 재즈와 스콧 조플린의 음악, 영화와 애니메이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게 개발자인 마테오 수찌씨의 설명이다. 몇달 내에 즉흥 연주가 가능하도록 연구개발 중이라고도 했습니다.
로베르토씨는 인공지능(AI)이 화두인 현대사회에서 예술 분야는 아직까지 인간의 영역이라는 견해에 대해 "공감한다. 기계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우리사회가 인간에게 이성과 완벽성을 너무 강요하는데 이성을 너무 강요하다보면 인간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 감정, 기분에 대해 아는 것, 여러가지 다른 기분의 차이점을 아는 것, 서로 더 이해하고 소통하는 게 진정한 듣는 것이다. 그래서 연주 영역에서는 인간이 기계나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없다. 감성이 인간이 가진 베이스다. 이 점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
테오 로봇은 2012년 베를린 심포니커와 데뷔 무대를 가졌을만큼 무대 경험이 풍부해 공연내내 현란한 타격(연주) 솜씨를 선보였습니다.
테오와 대결한 로베르토는 런던 필하모닉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에 서고 있는 중견 피아니스트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