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열정, 빨간 입술, 동맥에 흐르는 피, 사과, 토마토, 석양...뭐가 보이나요
‘레드’를 떠올리면 수많은 단어와 이미지가 떠오른다.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을 만큼 농도와 채도에 따라 다양한 색이 되기도 하는 ‘레드’는, 보는 이들에 따라 검붉거나, 발갛게 보일 수도 있고, 혹은 열정이나 펄떡거림 등으로 느껴질수도 있다.
‘레드’는 미국 추상 표현주의 대표 화가 마크 로스코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하지만 그의 ‘예술가’적인 면보다 ‘그 역시 인간(人間)이었다’는 점에서 시작해, 관객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또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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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과정은 마크 로스코와 가상인물인 그의 조수 켄에 의해 벗겨진다. 레드로 뒤범벅된 캔버스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뜻이 담겨있다. 응시하는 방향이나, 높이, 빛의 각도에 따라 같을 수 없기 때문.
마크 로스코와 켄은 그림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주고받는데, 그 안에는 철학, 예술, 종교, 미술, 음악 등 장르 뿐 아니라 니체, 피카소, 잭슨 폴락 등이 끊임없이 언급된다. 그 과정에서 마크 로스코가 예술가로 살아야 하는 고민과 삶에 대해 중심이 극의 큰 궤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팽팽한 대립은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 간의 충돌로 그려지기도 한다. 다른 가치관을 통해 드러나는 이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것과 그것에 정복되는 순환, 이해 등의 관계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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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는 철학적인 표현부터, 예술가의 복합적인 감정,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지만, 열정에 불탔던 한 사람에 관한 얘기다. 켄이 그림을 보면서 “레드”라고 답하는 장면이나, “더 자세히 들여다 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마크 로스코의 모습은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본다면, 빛을 쏘았을 때 드러나는 그림의 다른 면처럼, ‘레드’에서 볼 수 없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을 보았는지, 또는 느꼈는지에 따라 삶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처럼, ‘레드’ 또한 그런 힘이 있다.
연극 ‘레드’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시대의 절정을 보여준 화가 마크 로스코와 가상 인물인 조수 켄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이다. 오는 7월1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