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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둘의 첫 공연을 앞둔 로비는 시작전부터 열기로 후끈했다. 빈좌석 없는 전석 매진. 조승우와 옥주현은 원톱으로 극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남·녀 각기 최고의 블루칩 배우다. 객석은 예열(豫熱)이 필요없었다. 별다른 소품도 없이 3층의 철제 계단으로만 꾸며진 미니멀한 무대. 음습한 안개가 자욱한 런던의 밤거리에 조승우가 첫 노래 ‘발라드 오브 스위니토드’와 함께 등장하자마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21일 개막한 ‘스위니 토드’(연출 에릭 셰퍼)는 가히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이란 수식어에 걸맞는 개성 넘치는 뮤지컬이었다. 영미권에서 성공한 뮤지컬은 밝고 경쾌한 이야기가 많다. 음악과 춤을 주재료로 3시간동안 객석의 이목을 훔치려면 어쩔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천재 작곡가 손드하임은 역설적으로 피와 비명이 가득한 스릴러도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19세기 말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런던. 이발사 리처드 바커는 누명을 쓰고 15년간 감옥에 갇혔다 돌아온다. 자신의 아내 조안나를 겁탈하고 딸을 빼앗은 터빈 판사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지옥같은 감옥을 버텼다. “난 살 거야. 시궁창에서 뒹굴든 흙은 파먹든, 난 살아남아 놈들에게 복수할 거야.”
출소후 런던으로 돌아온 러빗 부인의 파이 가게 2층에 세를 든다. 날카로운 면도날을 쥐고 이름을 바꿔 돌아온 이발사 스위니 토드. 그의 가게에 들어온 이는 누구도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 인육(人肉)으로 만든 파이로 러빗의 가게도 성황을 이루고, 두 사람은 터핀을 향해 2중, 3중의 덫을 놓는다.
“정성을 다해 보내드리겠습니다. 천국으로요. 아님 지옥으로….” 죽음이 죽음을 부르는 이야기다. 우연히 시작된 살인은 사신의 마수가 모든 이들을 집어삼키고서야 끝을 맺는다.
러빗 부인의 요리 비결이 인육이라면, 스위니 토드만의 특급 레시피는 캐스팅이다. 토드 역의 조승우와 양준모, 러빗 역의 옥주현과 전미도라는 4인4색 배우들의 호연은 초반부터 호평 일색이다. 자칫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극에 조승우는 카리스마 넘치는 노련한 연기로 유머를 더했다. 30대의 나이에 러빗 부인 역에 도전한 옥주현도 10년차 뮤지컬 배우의 내공으로 야한 농담을 서슴없이 내뱉는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완성했다. 첫 만남에도 둘의 궁합은 완벽했다. “서로잡아 먹는 인간들/ 새삼 놀라울 것도 없잖아”라 눙치는 토드의 노래에 러빗이 “결국 술 한잔의 안주거리”라 답하며 ‘리틀 프리스트’ 등을 함께 부를때는 비어있는 무대의 여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터핀 판사 서영주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다만 젊은 연인 안소니와 조안나를 연기하는 윤소호와 이지혜는 음색과 연기가 불안정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뮤지컬이다. 복잡한 스토리와 인물을 설명하느라 1막이 분주했다면, 몰아치는 2막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흡인력 있게 질주했다. 기대를 배반하는 죽음의 행진과 산업혁명 시기의 불안과 공포감을 표현하려 손드하임은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을 선택했다. 4중창을 부를때도 매끄럽기보다는 화음들이 전투를 벌이듯 충돌했다.
클라이막스. 파이 가게 조수 토비아스가 복수심에 눈멀어 파멸한 토드의 목을 긋고 비극의 종지부를 찍자, 객석은 전석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9년전 초연에 비해 유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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