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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 리커버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문학전집에 실린 고전, 빛바랜 스테디셀러도 표지만 바꿔입고 베스트셀러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민음사는 지난 4월 세계문학전집의 ‘셰익스피어 4대 비극’과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특별판을 나란히 출간했다. 셰익스피어의 서거 400주년을 맞아 특별히 파란색과 분홍색 표지를 입힌 것. 400호를 돌파한 스테디셀러 시리즈지만, 각각의 책이 주목받지는 못했다. 낱권보다는 전집 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탓이다. 새 표지를 입고 이 책은 날개를 달았다. 교보문고에서만 각각 1000부의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며, 2주만에 완판됐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민음사는 5월 알라딘을 통해 ‘키이스 콜라보레이션 에디션’도 출간했다. 기존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샬럿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 여성 패션 브랜드 키이스(KEITH)가 디자인한 표지를 새로 입힌 것. 패션화보처럼 화사한 새 옷을 입고, 출간 3개월 동안 이 시리즈는 4쇄를 찍어 1만2000부를 돌파했다. 민음사는 “어제의 고전을 오늘의 독자들에게 읽히게 하려고 고민을 하다 디자인을 바꾼 특별판을 제작하게 됐다. 젊은 독자들은 책을 팬시 상품처럼 대하는 이들이 많아, 책디자인만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커버’도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하다. 여름 휴가, 연말 시즌 등 선물 수요가 많은 시기를 노리는 게 좋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펴낸 열린책들의 김영준 편집주간은 “아무래도 선물용으로 독자들이 선호한다. 지난해말 크리스마스 버전을 냈는데 8000부가 완판 될 만큼 반응이 좋았다. 여름 시즌을 맞아서는 6000부를 찍었는데 금세 완판 되어 다시 3000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2009년 출간된 이석원의 산문집 ‘보통의 존재’(달)는 베스트셀러(교보문고 상반기 10위)로 돌연 부활하기도 했다. 기존의 노란색 표지를 검은색으로 바꿔 한정판으로 출간한 블랙 에디션이 작가 팬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한 덕분이었다. 달출판사에서는 최근 이병률 시인의 스테디셀러 ‘끌림’‘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내 옆에 있는 사람’도 표지를 새로 입힌 ‘리커버 에디션’을 출간했다.
과거에 책의 생명을 연장시키기위해 주로 쓰인 방법은 ‘띠지갈이’였다. 예를 들어 올 상반기 최대 베스트셀러가 된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 수상 작품’이라는 카피를 달고서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간 것이 ‘표지갈이’다. 단순히 카피를 덧붙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표지를 바꿔 새 책처럼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이다.
독자에게 보답하는 성격의 이벤트로도 표지갈이는 활용되고 있다. ‘미움받을 용기’는 지난해 말 100만부 돌파 기념으로 표지를 노란색으로 바꾼 한정판 양장본을 제작했다. 5만 부는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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