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햄릿’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로,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의 단골 소재가 될 만큼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자랑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언과 함께, 햄릿의 비극적인 상황은 누구나 알 정도로 통속적이다.
작품 본연의 색이 너무나 심오하고 짙어, 극적 연출로 무엇을 가미를 한다한들, 산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 ‘햄릿’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시도와 관점으로 꾸준히 오르는 작품 또한 ‘햄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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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
‘햄릿-더 플레이’는 ‘햄릿’ 본연의 색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원작에는 없는 어린 햄릿과, 햄릿이 무덤에서 해골로 재회한 광대 요릭이 등장해,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햄릿의 어린 시절을 눈앞에서 펼쳐낸다.
선왕인 아버지를 기리듯 검은색의 상복을 입은 햄릿과, 식을 올린 클로디어스는 흰색 의상을 입어, 대척점을 이룬 이들의 관계를 명확히 나타낸다. 그 외의 인물은 흰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입은 옷을 입고, 어린 햄릿은 빨간 의상, 요릭은 빨간 코로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함, 비극 속의 희극을 상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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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작품은 ‘햄릿’의 감정에 다가갔다. 선왕인 아버지가 숙부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고, 왕비인 어머니가 숙부와 재혼을 하면서, 아버지가 삼촌이, 삼촌이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숙모가 되고, 숙모가 어머니가 되는,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이러니에 빠진 햄릿의 감정에 더욱 집중한 셈이다. 어린 시절의 햄릿과 광기가 서린 햄릿이 교차로 이야기를 꾸며나가, 다소 산만할 수 있지만, 햄릿의 감정을 더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러다보니 ‘햄릿’이라는 인물에 집중해, 다른 인물들이 색이 드러나지 않는다. 고전이라고 하기엔 다소 산만하고, 현대극이라고 하기엔 세련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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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극 중 햄릿 역의 김동원과 김강우는 각각 다른 햄릿을 구현해, 작품의 묘미를 살렸다. 인물 내면의 슬픔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절제하고 삭히는 김강우와, 무대를 활보하면서, 젊음의 광기를 마음껏 표출하는 김동원의 모습은, 같은 듯, 다르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많은 고전 작품이 연극 무대에서 재탄생 되는 해인 만큼 ‘햄릿-더 플레이’의 의미도 남다르다. 최근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으로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한명구 등이 꾸민 담백한 무대와 비교될 수밖에 없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듯, 고전을 탈피한 젊은 ‘햄릿’이, 상상력을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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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더 플레이’는 오는 10월1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에서 공연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