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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만나는 ‘현대건축의 아버지’…르 코르뷔지에展

기사입력 2016-12-06 15:32


피카소와 같이 있는 르코르뷔지에 [사진 출처=르 코르뷔지에재단]<br />
↑ 피카소와 같이 있는 르코르뷔지에 [사진 출처=르 코르뷔지에재단]
“집은 (사람이) 살기 위한 기계다.”
스위스의 10프랑 지폐에도 얼굴이 새겨진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1887~1965)는 1923년 저서 ‘건축을 향하여’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당시만 해도 집은 권위와 지배를 위한 수단이었다. 지금 역시 사회적 계층과 재력을 과시하거나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의미가 상당하다. 그러나 건축 거장이 보기에 집은 인간을 위한 공간이고, 그리 클 필요도 없이 살기에 가장 효율적인 공간이면 된다.
현대식 고층 아파트를 창시한 20세기 건축 거장의 삶과 예술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6일 개막한 ‘르코르뷔지에展: 4평의 기적’이 그것이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전세계 7개국에 위치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1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해이기도 하다.
전시명에 ‘4평의 기적’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는 네 평에 거장의 철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저비용’과 ‘작은 공간’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공간혁명’을 선언한 혁명가다. 실제 1951년에는 프랑스 니스 주변에 네평짜리 작은 통나무 오두막집 ‘카프 마르탱’을 짓고 매년 여름 별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가 지은 수도원의 수도사 방도 마찬가지로 네평이다.
그는 “난 여기서 왕자처럼 행복하다네. 게다가 자유는 덤이지”라며 정신적 여유와 사색을 즐겼다. 전시장 마지막 공간에는 이 네 평의 오두막집을 직접 재현해놓고 실제 오두막집 창가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중해 바다를 영상으로 벽에 설치해 놓았다. 이 바다는 그가 77세의 나이 오두막집에서 나와 영원히 잠든 곳이기도 하다.
르 코르뷔지에는 오늘날 ‘필로티’와 ‘옥상정원’ 등을 창안한 건축 거장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뛰어난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도시설계자이자 비평가였다. 전시장에서는 이러한 입체적인 면모를 대중적으로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10대에 그렸던 수채화와 드로잉에서는 이미 대가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다. 이 때 그렸던 작품은 희귀해 오히려 중장년에 그렸던 유화보다 더 비싸다는게 전시 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의 설명이다. 미공개 작품 140점을 포함해 전체 500여점에 달하는 작품 중 상당수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르 코르뷔지에를 부각시킨다.
그의 건축 철학에서 중요한 개념이 ‘모듈러’다. 인간이 생활하는 데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비율, 즉 최적의 수치를 말한다. 이를 테면 ‘몸’을 기준으로 사람이 팔을 들어 올린 높이가 건축의 핵심이 되었다. 아인슈타인도 “모듈러는 세상을 바꿀만한 연구”라고 극찬했다.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지은 최초의 대규모 현대식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에 적용된 모듈러는 183cm 키의 남성을 기준으로 팔을 들어 올린 높이 2.26m였다. 그는 “모든 건축과 도시계획, 그리고 디자인은 인간 척도에 맞추어 결정되어야 한다”며 합리성과 이성에 기댄 인간 중심의 건축을 강조했다. 그가 고층 아파트 개념을 창안한 것도 전쟁으로 폐허가 돼 집이 부족했던 당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이었다.
전시장에는 그가 주창한 근대 건축 5원칙을 충실히 담은 ‘빌라 사보아’,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 발휘할 수 있는 조형미를 한껏 살려낸 만년의 대표작 ‘롱샹 예배당’ 모형들이 있지만 회화와 조각의 비중이 높아 건축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대중 전시로 기획된 만큼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데도 주력했다. 형을 더 사랑했던 어머니로 인한 모성애 결핍과 애정 갈구, 성공 만큼이나 논란과 시련도 컸던 그의 삶도 들여다본다. 1887년 스위스 시계공의 아들로 태어나 국제도시였던 파리로 보폭을 넓혔고 결국 프랑스에 귀화했지만 프랑스 주류 세력으로부터 끝없는 배척과 질시를 받았다. 파리에 세운 건축물이 하나도 없는 이유다. 냉대와 시련이 얼마나 컸던지 자식을 일부러 두지 않았다고 한다. 작품 모형과 회화 등은 프랑스에 있는 르코르뷔지에재단에서 왔으며 도쿄 모리미술

관서도 대여했다. 그는 단순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았다. “치장을 없애고 본질에 충실해야 해. 그게 최고의 아름다움이고 최고의 품격이라네. 단순함은 본질이라네. 그걸 깨달아야 세상의 진실이 보인다네.”
관람료 성인 1만5000원. 전시는 내년 3월 26일까지. (02)532-4407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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