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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하는 홍상수와 김민희 [출처 = 연합뉴스] |
지난 18일 저녁(한국시간 19일 새벽) 베를린영화제 시상식.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걸작 영화 '엘르'를 선보였던 폴 베호벤 감독과 그가 이끄는 심사위원단은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주인공 영희 역을 소화해낸 배우 김민희를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순간 객석에서는 우레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국 배우가 이 영화제 은곰상인 여우주연상을 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음곰상은 황금곰상 다음 서열의 본상 중 하나다.
단상으로 올라온 김민희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홍 감독을 언급할 땐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께 감사드려요.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가슴 깊은 울림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받았어요. 홍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객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홍 감독은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박수로 화답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3대 국제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여우주연상을 모두 휩쓸었다. 한국 배우가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꼬박 10년 만이다. 2007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전도연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30년 전인 1987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강수연이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타냈던 바다.
홍 감독에게는 3대 영화제 수상 영예를 안은 것이 이번이 두 번째다. 2010년 영화 '하하로'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작이었다.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에 이어 올해가 3번째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인지라 "이번에 어떤 상이든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많았다.
이날 시상식 이후 진행된 수상자 기자회견장의 주인공은 단연 김민희였다. 추가적인 소감과 더불어 홍 감독의 연출 스타일, 이번 영화에서 공들인 부분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홍 감독은 "김민희를 위한 자리"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김민희와 이따금 시선을 교환하며 가만히 미소지을 뿐이었다.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님은 아침에 대본을 쓰고 준다. 나는 그 대본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계산된 연기가 아니라 직관적으로 연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업영화에 출연하는 건 나에게 큰 의미가 없다. 배우로서 좋은 감독과 함께 하며 배울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이었다. 우리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김민희는 유부남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지는 여배우 영희를 연기했다. 독일 함부르크 여행에 이어 강릉으로 돌아온 영희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민희는 배역과 관련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여주인공의 모습,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가짜나 환상이 아니라 진실된 사랑"이라고 말했다.
김민희는 일종의 대기만성형 배우였다. 차곡차곡 연기 내공을 다져 지금의 순간에 다다랐다. 출발은 녹록지 않은 편이었다. CF 모델 출신으로 1999년 드라마 '학교2'로 데뷔했고, 2002년 '순수의 시대' 첫 주연을 꿰찼지만 당시 결과는 좋지 못했다. '패셔니스타'로서의 이미지를 깨지 못한 채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 것이다. 분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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