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품 경매가 톱5 기록을 싹쓸이하고 있는 거장 김환기(1913~1974)가 100억 신화에 도전한다. 김환기의 말년작인 유화 '고요(tranquility) 5-IV-73 #310'(1973년)가 12일 오후 5시 30분 경매된다. 시작가는 55억원이며 추정가는 55억원에서 70억원 사이. 지난해 11월 서울옥션이 홍콩 경매에서 기록한 63억2626만원을 넘어선다면 다시 한번 한국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최고가 경신은 14번 경합을 거쳐야 달성된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미술관 소장품 빼고 경매에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 나왔다"며 "만약 환기의 경매 최고가 기록이 100억원을 넘어선다면 그 기록을 세울 수 있는 대표작 셋 중 하나"라고 자신했다.
김환기의 대표 색이라 할 수 있는 정통 블루에 타계 1년 전에 그린 말년 대표작이라는 점, 여기에 작품 크기도 200호(260x204cm)로 대작이라는 점이 두루두루 눈길을 끈다. 수화 김환기 예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화면에는 푸른 점들이 두 개의 축을 두고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으며 가운데 흰색 네모 모양의 선이 견고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서울 갤러리현대 김환기 회고전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김환기는 1973년 4월 10일 일기에서 "#310 3분의 2를 끝내다. 마지막 막음은 완전히 말린 다음에 하자. 피카소 옹 떠난 후 이렇게도 적막감이 올까"라고 적었다. 회색톤의 잿빛 점들로 변모하는 1974년 임종 직전의 작품과 비교해 보면 작가의 맑은 생명력과 서정성이 반영된 마지막 작품 중 하나로 여겨져 더욱 귀하게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1∼5위는 모두 김환기의 전면점화가 차지하고 있다. 2015년 10월 서울옥
션 홍콩경매에서 47억 2100만원에 낙찰받은 '19-Ⅶ-71 #209'(1971·4위)가 시작이었다. 당시 최고가는 박수근의 '빨래터'(45억2000)였다. 이후 지난해 4월(48억6750만원), 6월(54억원), 11월(63억2626만원)까지 4차례나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숨가쁜 질주를 이어왔다.
[이향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