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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명예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79)가 지난 10년간 치른 좌담, 대담, 토론, 인터뷰 등을 묶은 '백낙청 회화록 6·7권'이 출간됐다. 출판사 창비가 2007년 간행한 총 3000여 쪽 분량의 '백낙청 회화록'(1~5권) 후속작이다.
백 명예교수가 만난 인물들은 정치·사회·문화계 인사 전반을 아우른다. 시인 고은, 정치인 이해찬·김종인·윤여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송호근, 유시민, 진중권 등 지식인과 방송인 김미화·김제동 등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가 87년체제의 말기적 국면에서 비롯했음을 통찰해낸다. 이에 대한 극복안으로 내놓은 게 한반도식 통일과 복지·생태와 결합한 민주개혁을 내세운 '2013년체제론'. 하지만 이 방안은 실현되지 못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다.
총선과 대선 패배의 원인이 선거 승리에 집착한 탓이라는 지적은 곱씹을 만하다. 그는 "어떻게 보면 더 복잡하고 다소 구질구질한 형태로 새 시대의 건설이 진행될 것"이라며 "각자 처한 위치에서 사회의 기초체력을 키워나가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12월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광장의 민심이 끊임없이 개입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며 "시민사회가 독자적인 기구를 만들어 정치권에 원하는 바를 강력하게 요구하자"고 말한다.
백 명예교수의 시국 성찰에 본바탕을 이루는 건 깊고 넓은 인문학 정신이다. 2009년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그는 주체적 인문학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정말 훌륭한 문학이라면 두뇌는 두뇌대로 심장은 심장대로 온몸이 작동케 하는 것이 훌륭한 시의 경지이고 제대로 된 문학"이며 "언어예술이 제대로 작동하는 글들을 읽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명색이 영문학도이면서 외도를 많이 한 게 사실"이라는 고백도 흥미롭다. 그는 "영문학을 좀 더 열심히 못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 후회가 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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