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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하면서 작가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어요. 작가가 따옴표를 쓰지 않고, 줄바꿈만으로 대화를 이어가기도 하는데 누가 말하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구요."(신인상 수상자 김미정)
제15회 한국문학번역상과 제16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로한 한국 문학 번역의 고충이다. 이런저런 어려움은 있지만 이들은 한목소리로 한국 문학을 세계에 소개하는 즐거움과 보람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5일 저녁 한국문학번역상과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시상식을 앞두고 수상자들이 기자들과 만났다. 올해 한국문학번역상은 영어권에서 정영문의 '바셀린 붓다'를 전역한 정예원, 러시아어권은 김영하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번역한 승주연과 알렉산드라 구델레바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터키어권은 안도현의 '연어'를 번역한 괵셀 튀르쾨쥬, 프랑스어권은 김훈의 '현의 노래'를 번역한 한유미와 에르베 페조디에 부부가 공동 선정됐다.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 과정을 한유미 씨는 "모국어를 잘 구사하는 한국인 번역가와 불어를 잘하는 사람의 콜라보는 효과적"이라며 "구체적으로 5단계를 거치는데 몇번이고 번역을 하고, 토론하고 다시 고치는 작업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옮긴 김훈의 '현의 노래'는 지난해 세계적인 문학출판사 갈리마르의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됐다. 이 쾌거에 대해 페조디에 씨는 "세계의 유명한 작가를 소개하는 콜렉션에 소개된 것이기 때문에 김훈이 그냥 한국작가가 아니라 세계적 작가로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라 구델레바는 김애란의 책을 번역하면서 겪은 일을 들려줬다. "'침이 고인다'를 러시아어로 번역하면 어감이 아름답지 않아서 작가와 만나서 논의를 한 뒤에야 '고독의 인사말'이란 제목으로 번역을 할 수 있었다. 언어마다 말의 어감이 달라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고충도 있다"고 했다
신인상은 앞으로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릴 신진번역자들의 등용문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운영하는 번역아카데미가 배출한 수상자가 많았다. 베를린자유대 한국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문학번역원이 운영하는 번역아카데미 1년 과정을 수료한 빈센트 크러이셀은 "여행도 가지 않고 겨울방학을 꼬박 바쳐 작품을 힘들게 번역했는데 상을 받아 너무 큰 영광"이라면서 "한국 문학은 대명사 없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어는 정확한 언어라서 문법적으로 시제를 정확하게 옮기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영문학부를 마치고 번역아카데미 진학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여 사라 현정씨는 "조해진의 소설이 무척 시적인 문체인데 정확하게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불통역사와 번역가를 겸하고 있는 이소영 씨는 "번역은 매순간 지속적으로 어려워지는 일이다. 환희와 비참을 왔다갔다 한다. 통역과 불한 번역을 오가며 작업해왔는데, 이 상이 한불 번역을 계속하라는 격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해진의 '사물과의 작별' 번역으로 신인상을 받은 일본인 다케우치 마리코는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50대 주부로 첫 번역에 도전해 상을 거머쥐었다. 12년 전부터 취미로 한국어를 배웠다는 그는 "한국 문학은 뜨겁고 일본 문학은
이밖에도 스페인어권의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와 러시아어권의 류드밀라 미해에스쿠, 중국어권의 리우 중보가 각각 신인상을 함께 수상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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