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열풍이 주춤하면서 화랑가 불황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20~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거래된 미술품 판매액이 27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국화랑협회는 "어려운 국내 경기에도 역대 KIAF 최대 매출로 신기록을 달성했다"며 "세계 미술계 눈길이 한국으로 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KIAF는 2002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국내 최대 미술품 장터. 올해는 한국, 중국, 대만,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홍콩 등 13개국 갤러리 167곳이 참가했으며 5만4000명이 다녀갔다.
전문가들은 흥행 비결로 수준 높은 전시와 세계적 갤러리들의 참여, 달라진 부스와 동선 등을 꼽았다. 화랑협회 측은 300여 갤러리가 지원서를 냈지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절반 가까이 추려냈다. 참여 부스가 줄어들면서 관람객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공간이 넓어졌다.
전시 가벽은 3.0m에서 3.6m로 높여 보다 다양한 전시기획이 가능한 공간을 제공했다. 참가 갤러리들은 출품 작품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예년보다 뛰어난 작품을 많이 출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국을 대표하는 파워 컬렉터들과 미술관계자들의 방문도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벨기에 모리스 벨벳 아트센터 설립자인 모리스 버비트, 벨기에 문화재단 보고시안재단의 장 보고시안 회장, 카타르 현대미술관(MATHAF)의 압델라 카룽 관장, '샐러리맨' 컬렉터인 일본의 다이스케 미야츠 등 시장의 '큰 손'들과 주요 기관장들이 찾았다.
엄선한 작가들의 신작 또는 높은 미술사적 가치를 가진 작품이 전시되는 '하이라이트' 섹터와 잠재력 있는 신진작가와 중견 작가를 재조명하는 1인전 '솔로 프로젝트' 섹터를 신설해 호평을 받았다. 김노암 전시기획자의 '너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 것들', 윤진섭 예술감독의 '실험과 도전의 전사들' 특별전 등도 현대미술사 흐름을 잘 짚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화랑가에서는 이번 아트페어 성공은 반짝 특수일 뿐, 여전히 불황의 돌파구가 보이
한 중견 갤러리 대표는 "최근 2번의 기획전에서 작품 한 점도 못 팔았다. 작년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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