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좋은데, 누구 작품일까."
작가미술장터 '블라인드 데이트'는 작품 정보를 주지 않는다. 그림을 구입해야 작품 설명서를 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반품은 없다. 대부분 고객이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하며 돌아간다.
이 아트페어를 기획한 남서울예술인마을 관계자는 "작가의 유명세에 매달리지 않고 정말 구매하고 싶은 그림을 사는 장터"라며 "평소 스타일과 다른 작품을 내놓아 일부러 고객의 혼돈을 유도하는 작가도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시작한 이 아트페어는 고객의 호응을 얻은 덕분에 올해 3번째 장터를 연다. 15일~19일 서울 방배동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정연두, 백정기 등 작가 78팀의 작품 200여점을 1만~150만원에 거래한다. 작가에 대한 편견을 깨고 취향에 맞는 그림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블라인드 데이트처럼 기존 아트페어 틀을 깨는 독특한 미술장터가 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사진 작품을 바로 인화해주거나 그림을 사면 열쇠를 줘서 직접 투명 큐브에서 꺼내가는 아트페어도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경매 장소도 작가의 작업실이나 카페, 공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작가의 작업 도구를 팔거나 행위예술(퍼포먼스)를 판매하는 장터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아트페어가 미술 시장 문턱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팩(PACK) 2017 FW'는 그림을 넣은 투명 큐브들을 배열해놓고 그 문을 여는 열쇠를 파는 이색 전시회. 미술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직접 그림을 꺼내 가기 때문에 최소 인력으로 아트페어를 열 수 있다. 2015년 구나, 남미혜, 문이삭 등 젊은 예술가 20명이 뭉쳐 시작했으며, 작품 가격대는 10~50만원. 올해는 29일부터 12월 3일까지 서울 상수동 복합문화공간 무대륙, 12월 6~10일 망원동 상가, 12월 13~17일 성산동 문화비축기지 등에서 열린다.
행사를 주최하는 리사익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자판기처럼 무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최소 인력과 비용으로 진행하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 장터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스크랩'은 마음에 든 사진 작품을 현장에서 인화해주는 이색 아트페어. 다만, 작가 정보와 사진 제목을 공개하지 않은 채 판매한다. 사진작가 100여명의 작품 1000여점을 동일한 인화방식과 크기로 판매하며 12월 13~17일 열릴 예정이다.
지난 5일 폐막한 '화이트테이블' 아트페어는 현대미술 아트상품 장터. 강승희, 강우영, 강재형, 고진이 등 젊은 작가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아트상품을 개발했다. 기존 미술공간과 차별화된 화이트 테이블 위에 다양한 상품과 작품을 진열해 판매하는게 특징이다.
지난 1~5일 서울 아라리오 뮤지엄 공간 소극장 등에서 열린 '퍼폼 2017'는 퍼포먼스를 판매하는 미술장터. 마음에 든 작품을 구매한 관객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대에 방문해 공연한다. 퍼폼 관계자는 "기업 행사 이벤트로 주로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인천에서 열린 '캐비넷 아트페어'는 작가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영감을 준 책, 직접 사용한 도구, 드로잉 등을 함께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동네 카페에서 열리는 '연희동 아트페어'도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 카페 보스토크에서 젊은 예술가 50여명이 참여해 150여점을 판매하는 성황을 이뤘다. 아트페어 관계자는 "작은 규모 동네 아트페어이지만 연희동 주민들의 구매력이 있어 첫 행사에도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아트페어도 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그림도시 S#2'는 서울 해방촌 일대 작가의 작업실을 공개해 화제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아트페어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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