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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 칼더 모빌 |
국내 양대 경매사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각각 110억원 규모 166점, 150억원 규모 233점을 내놓고 겨울 빅매치를 벌인다.
서울옥션은 죽어서도 '미인도' 위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시대별 그림 5점을 출점한다. 천 화백의 작품 세계는 크게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눌 수 있다. 전기는 일본 유학시절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1942년부터 1959년 개인전까지로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에 대한 내적 갈등이 작품에 녹아 있다.
중기는 1959년부터 서울 옥인동에 정착한 후 세계여행을 시작하는 1969년까지. 이전의 사실적인 화풍이 점차 약화되고, 초현실적인 화면에 환상적인 이미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후기는 1970년 해외 스케치 여행에서 돌아온 후 서울 옥인동에서 서교동으로 집을 옮긴 이후까지. 작가의 주요 테마인 '여인'이 작품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이번 경매에 나온 '태국의 무희들'은 1987년 제작된 후기 작품. 두 명의 태국 무희를 앞뒤로 묘사하고 있다. 1986년 열흘 정도 태국에 머물며 접한 공연 중 무희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 추정가는 6억~9억원에 책정됐다. 1960년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여인'(3억~4억원), 1970년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꽃'(8000만~1억5000만원),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기타 연주자'(3억~5억원), 1974년 작품 '기쟈의 피라믿'(5000만~8000만원) 등도 새 주인을 찾는다. 서울옥션은 9일 오후 2시 호림아트센터 서울옥션블루에서 이태호 명지대 초빙교수를 초청해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 강연을 연다.
케이옥션도 천 화백의 1988년작 '아이누 여인'(4억8000만~7억원)을 내세운다. 해외 스케치 여행 중에 만난 여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실제 아이누족 여인의 초상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분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작품 속 여인은 풍물화를 그리듯 담담히 묘사됐지만 금빛 색조와 범상치 않은 의복의 조화로 신비스러운 느낌을 준다. 매서운 눈매와 차가운 금속성을 지난 피부는 강렬하면서도 입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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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경자 '태국의 무희들' |
케이옥션은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 인도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63), 미국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89) 등의 작품을 내세운다. 칼더의 1962년작 '맨 위드 숏 넥(추정가 별도 문의)'은 스탠딩 모빌로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 가벼움과 무거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스탠딩 모빌 특유의 양감과 시각적인 안정감을 가진 작품이다.
카푸어의 2011년작 '무제'(8억~12억원)는 우묵하게 함몰되거나 불룩하게 팽창돼 신비로운 입체감을 지녔다. 동양 철학과 서양 미학이 융합된 그의 작품은 강렬한 물질적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감성을 자극한다.
안중근 의사(1879~1910)의 1910년 서예 작품 '세심대'(洗心臺·1억8000만~4억원)도 국내 경매에 처음 등장한다. 세심대는 마음을 씻는 곳이라는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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