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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황치열(37)은 쉬는 시간에 운동을 한다고 했다. 18홀 게임을 한 시간 반 씩 두 번 하고 나면 세 시간이 훌쩍 간다. 주변 사람들은 황치열이 스크린골프, 헬스를 하고 있으면 '좀 쉬라'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게 최고의 휴식이란다.
"제가 몸을 혹사시키는 건 몸이 가난을 기억해서인 것 같아요. 몸이 나태해지면 불안하거든요. 자꾸 써야 진보하죠."
21일 오후 6시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황치열과 최근 서울시 성동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앨범은 겨우 2집째다. 2007년 낸 데뷔 앨범 이후 무려 12년 만에 내는 정규 음반.
"12년 전에는 제가 정규 앨범을 내도 누가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잖아요.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이번에는 많은 팬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마음에 행복하게 작업했습니다."
경북 구미 지역에서 스윙 댄스를 추던 그는 23세에 무작정 상경했다. 부모의 거센 반대도 가수가 되겠다는 그의 일념을 막을 수 없었다. 이듬해 임재범의 승낙을 받고 '고해'를 리메이크해 드라마 '연인'에 삽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따라온 건 기나긴 무명 세월. 기대가 컸기에 더 많이 실망했다고 한다.
"큰 기대를 안고 서울에 왔는데, 회사가 1년 만에 문을 닫았죠. 당시 스타 등용문이었던 015B(공일오비) 객원 보컬을 했는데, 별 반응이 없어 또 좌절했죠."
생활고가 극심할 땐 식용유를 마시기도 했다. 고기 대신이었다. 생계를 위해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던 2015년, 인생 역전의 기회가 왔다. 엠넷 음악 예능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하게 된 것. 그간 응어리를 풀듯 가창력을 폭발시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휴식기를 가진 적이 없을 정도로 각종 방송과 행사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서 활약한 이후로는 '황즈례(황치열의 중국어 발음) 신드롬'이 일기도 했다.
"작년 말 콘서트에 해외 팬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외국에서 오려면 앞뒤로 시간을 많이 빼야 하는데 감사했죠. 공연 땐 발라드 가수 황치열과 퍼포먼스형 가수 황치열 두 가지 모습을 다 담아서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했어요. 처음으로 공식 응원봉이 나왔는데요. 곡에 따라 빨간색, 녹색, 흰색으로 변하는 걸 보니 노래 부를 맛이 나더라고요."
새로 만든 앨범의 제목은 '더 포 시즌스(The Four Seasons)'. 사계절 내내 옆에 두고 들어달라는 바람을 담았다. 디자인은 만년 다이어리 형식을 입혔다. '활용도를 높여서 1년 내내 앨범을 듣게 하려는' 취지다.
스스로도 다이어리로 스케줄을 관리하는지 궁금했다. "병적으로 정리했죠. 반지하 생활을 할 때 여러 명이 산 적이 많았어요. 회비나 공과금을 적어놔야지 총무로서 의심을 안 받잖아요(웃음). 영수증을 붙여놓고, 가계부를 썼어요. 글도 쓰고, 피아노 진행 코드도 썼죠."
신보 제작은 그가 총괄했다. 장기인 슬픈 발라드 외에도 댄스곡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 평소 잡식성으로 여러 장르를 듣는 습관이 음반
"밤에 사색을 즐기고 싶을 때 제 노래를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커버(따라 부르는 행위)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고요. 노래방에서 제 노래를 부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아서요, 이번에는 따라 부를 만한 노래를 많이 넣은 것 같아요."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