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복병이 '가계 빚'이라고 하죠.
우리나라 가계 빚은 1분기 말 기준으로 8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10년 전보다 3배로 늘었습니다.
가계 빚 800조원에서 발생하는 이자 부담액은 1인당 연간 48만 525원에 이릅니다.
4인 가족이라면 원금을 제외하고 이자로 나가는 돈만 200만 원에 육박하는 셈입니다.
금리도 올랐습니다.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에 영향을 주는 양도성예금증서, CD금리는 지난해 말 2.8%에서 지금은 3.46%로 높아졌습니다.
1억 원을 빌린 사람은 1년에 이자 부담이 66만 원 늘어난 겁니다.
그런데 은행들은 연체율이 낮은 만큼 돈을 갚을 여력이 있다며 계속 빚을 내라고 권유합니다.
그 실태를 이혁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잠실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한 상가입니다.
상가 2층에는 은행만 다섯 곳이 들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출만 하면 금리를 가장 낮게 해주겠다는 건 기본이고, 후발 주자들은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까지 내걸어 고객 빼앗기에 나섰습니다.
올해초 시중은행은 영업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각 지점의 대출 목표액을 한껏 올려 잡았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돼 대출이 위축되자 목표를 채워야 하는 은행원들은 돈 빌릴 사람을 찾아나서 빚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00은행 직원
- "전화해서 환승론이라든지 대출할 수 있도록 하고, (금리를) 최하로 다 적용해주는데, 또 나름대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더 싸게 해줍니다."
대출 금리 낮추기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인터뷰 : 00은행 직원
- "금리는 거의 다 비슷하고 다섯 개 쭉 있다 보니까 서비스로 하려 하죠."
강남 세곡동에서 입주자 사전공개를 앞둔 아파트 단지 앞엔 한 은행이 발빠르게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이미 중도금 대출이 끝났지만 여전히 'SH공사 지정은행'이라는 문구를 넣어 눈길 끌기에 나선 것입니다.
4대 은행을 중심으로 우량 대출에 치중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자금이 풍부한 은행이 저신용자는 외면하고 우량 고객에 대한 대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결국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고객 몫입니다.
▶ 인터뷰 : 최문박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
- "(은행들이) 우량고객이나 안전한 담보대출 위주로 경쟁하면서 신용도가 낮은 고객은 제2금융권 등 고금리 상품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소득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경제 위기의 뇌관이라며 가계 빚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정부 정책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 스탠딩 : 이혁준 / 기자
- "저축은행 비리에 얽힌 금융당국은 손놓고 있고 은행은 덩치 키우기에만 급급해, 가계 빚을 적정 수준으로 줄여 사전에 위기를 막을 시기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 gitania@mbn.co.kr ]
【 질문2 】
카드빚은 더 심각합니다.
신용카드사간 경쟁이 불을 뿜으면서 발급 카드 수는 1억 2천만 장으로 카드대란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요즘에도 매달 100만 장씩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신용자들의 카드 발급이 급증했는데,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카드 발급은 지난해에만 110만 장에 달했습니다.
특히, 저신용자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고금리의 할부와 카드론, 현금서비스가 걱정입니다.
뻔한 소득에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도 버거운 서민들의 일상을 최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양 모 씨.
여동생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현금 서비스 700만 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양씨의 사정도 나빠져 이자조차 내지 못하게 되면서 카드 '돌려막기'를 시작했고, 2년 만에 갚아야 할 돈은 2천만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이처럼 이미 연체가 발생한 상태였지만, 다른 카드사에서 카드를 더 발급받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양 모 씨
- "돌려막기 하는 과정에서도 신용카드는 발급되더라고요. 그래서 또 카드를 만들기도 했었는데… 안 만들어줬으면 그쪽(돌려막기) 부분은 손을 대지 않았겠죠."
더 큰 문제는 카드론입니다.
학원에서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윤 모 씨는 급전이 필요해 카드론 880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뻔한 월급에 연 25%에 달하는 이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윤 모 씨
- "월급은 적은데 나가는 건 많고 하다 보니 심적이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컸죠."
지난해 카드론은 23조 9천억 원, 1년 전보다 무려 42%나 급증했습니다.
이 가운데 전체 10등급에서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의 비중은 27%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카드론 대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유병규 / 현대경제연구소 전무
- "저소득층의 카드론이 늘어나면서 원금을 갚지 못하고 돌려막는 사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더욱 침체되고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 부실로 전이될 수 있고, 금융부실의 원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결국은 빚인 할부구매액도 올 1분기에만 20조 원이 넘어섰고, 이런 추세라면 한국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던 8년 전 카드 대란이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스탠딩 : 최재영 / 기자
- "카드사들의 외형 부풀리기 경쟁으로 발급이 늘어나고 있는 신용카드가 서민 가계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최재영입니다. [stillyoung@mbn.co.kr]" "
【 질문 3 】
그럼 어떡하면 빚을 줄일 수 있을까요.
우선 줄일 수 있는 건 줄이고, 아낄 건 아껴서 그 돈으로 빚을 갚는 겁니다.
일주일에 다섯 번씩 마시던 커피를 끊으면 1년에 78만 원이 생기고요, 담배를 끊으면 1년에 90만 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자가용을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연간 180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습니다.
기호식품을 줄이고, 교통비만 아껴도 1년에 348만 원, 3년만 모아도 1천만원의 마이너스 대출을 갚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빚을 갚는 데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금리가 높은 순서대로 갚습니다.
사채가 있다면 이것을 먼저 갚고, 대부업이나 저축은행에서 진 신용대출, 카드대출, 주택담보대출 순으로 갚는 게 순서입니다.
만기가 짧은 것부터 청산하는 게 두 번 째 원칙입니다.
가처분소득의 40%가 넘는 대출은 갚는 게 좋습니다.
가령 월급이 300만 원인데 한 달에 120만 원 넘게 이자로 나간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고금리 대출은 낮은 금리로 대출로 갈아타십시오.
저축할 돈이 있으면 대출부터 갚는 게 좋습니다.
예금금리보다는 대출금리가 높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마이너스 대출 같은 거 만기가 돌아오면 은행 가서 따지세요.
나 승진했다, 월급 올랐다, 그럼 이자가 내려갑니다.
MBN뉴스 천상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