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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 쇼핑몰 중 매출 규모 10위 안에 드는 여성 의류 전문몰 ‘바가지머리(www.bagazimuri.com)’는 신뢰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손석호(36) 바가지머리 대표는 “신뢰가 아닌 돈을 좇는 순간이 쇼핑몰이 망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라고 단언했다.
바가지머리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은 지난해 런던올림픽 때다. 경기 중 양궁 종목에서 우크라이나 대표 선수가 바가지머리의 캐릭터가 그려진 체스트 가드(활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가슴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 대표 선수가 국내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를 몸에 걸치고 카메라 앞에 선 것은 의도된 광고(PPL)전략도 우연도 아니었다. 손 대표는 런던올림픽이 있기 훨씬 전 2009년 세계선수권 당시 비인기종목인 양궁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선수들에게 무상으로 의류를 제공했다. 그의 작은 나눔의 마음은 수백억원으로 추산되는 홍보효과로 돌아왔다.
“처음 선수들에게 만들어줄 때 상업적인 제안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순수한 의도로 시작한일이 변질되지 않게 하려고 모든 관련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저는 고객들은 결국 진실을 알 것이라는 데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만약 바가지머리가 선수들에게 체스트 가드를 상업적으로 판매했다면 지금의 효과는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런던올림픽의 사례처럼 손 대표는 고객 신뢰를 목숨처럼 여긴다.
지난 9월 화제 속에 공개됐던 ‘3년 전, 그 날의 약속’ 이벤트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장기적이고 새로운 이벤트가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2010년 식목일, 고객이 댓글을 달면 그 고객의 이름으로 나무 한그루를 심고 고객의 소원을 타임캡슐에 담아 3년 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란 나무는 고객의 이름으로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3년 전 소원을 고객 스스로 점검해 보게 하는 행사였다.
올해 4월에 공개됐어야 할 행사는 손 대표가 깜빡 잊으면서 5개월이 흐르고 말았다. 그는 고객들에게 시기를 놓친 사실을 알리고 늦었지만 약속했던 행사를 진행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9월에 자연스럽게 공개해도 되지만 소소한 것 하나라도 고객들에게 말하겠다는 초심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별 것 아닌 행사지만 고객들에게 ‘바가지머리는 정말 약속을 지키는구나’ 하는 믿음을 준 것으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바가지머리는 올해 초 카페24(www.cafe24.com) 솔루션을 통해 영문몰, 일문몰, 중문몰을 동시에 오픈하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해외 유명 오픈마켓에도 입점을 완료했다. 손 대표는 “이제는 국내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면서도 해외진출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됐다”며 “본질에 충실하면 해외고객들이 알아서 찾는다는 믿음으로 지금처럼 초심을 지켜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는 바가지머리가 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미니 인터뷰>
▲ 카페도 운영하고 호떡도 파는 등 ‘다른’ 것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처음 바가지머리를 열 때부터 ‘100년 기업’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려면 의식주를 모두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패션으로 시작했지만 ‘카페 바리에’를 만들어 다수의 직영점을 냈고 그 손님들이 바가지머리의 고객이 되어 돌아왔다. 가로수길 매장 앞에 있는 호떡도 대단한 전략이 아니라 고객들이 우리의 캐치프레이즈인 ‘신나는 패션 놀이터’의 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재미로 시작했다.
▲ 규모에 비해 해외진출이 다소 늦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도 주요 관심은 내수시장에 있다. 대형 몰들이 해외시장을 노크할 때 바가지머리도 시장조사를 했었다. 국내 시장을 확실히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바가지머리가 스스로 유명해지면 해외 고객이 자연스럽게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로수길 매장 오픈 초기 매출의 30%를 일본 고객들이 채우고, 해외 고객들의 구매 요청이 대폭 증가하는 것을 보며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 뛰어난 홍보 전략가라는 인상이다. 다른 에피소드가 있는가?
바가지머리를 유명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한 일은 없다. 정직하게 일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한 거래처에서 머그컵 재고가 많아 고민을 토로하길래 ‘엄마(아빠),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라는 문구를 넣어 어버이날 이벤트로 5천 세트를 만들었는데 며칠 만에 완판됐다. 좋은 의도로 다가가면 고객들이 신뢰를 보내주는 것 같다.
▲ 앞으로의 다짐은?
쇼핑몰에 집중할 것이지 왜 이렇게 일을 벌이
[매경닷컴 김윤경 기자]